모 대학병원 산부인과 A교수는 최근 18세 아들에게 자궁경부암 예방주사 가다실 9가를 접종시켰다. 가다실 9가는 여성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2세 미만 여아에게 국가 필수 접종으로 진행되고 있는 예방백신이다. 그러나 남성의 접종으로도 여성의 자궁경부암 예방에 효과가 있음이 밝혀져 있는데 이것은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성관계를 통해 전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 여성은 897명이다. 하루 평균 약 2.5명이 사망한 셈이다. 따라서 자궁경부암의 더욱 철저한 예방을 위해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 또한 예방접종을 진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또한 A 교수는 자궁경부암 예방주사가 남성의 성기사마귀, 항문암, 성기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까지 있기에 아들에게 접종시켰다고 귀띔했다.
최동석 최상산부인과 대표원장은 “12세미만 여아에게 무료로 HPV 예방접종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상은 남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며 “미국, 호주 등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에서는 여자와 남자의 제한을 두지 않고 동일한 방식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시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남성의 자궁경부암 예방주사에 대해 사회적 인식이 모자란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은 자궁경부암은 물론이고 항문암, 성기암 및 두경부 종양 등 관련 질환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앞선 질환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접종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이는 단순히 남성의 질환 예방에서 그치지 않고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생 확률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남성 역시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최동석 대표원장은 “과거에는 자궁경부암 백신이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지금 접종되는 백신들은 안전성 및 유효성이 확립되어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며 “내 아내 혹은 여자친구, 더 나아가 남성 역시 인유두종바이러스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여 접종을 고려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경록 기자 gr764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