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인도 정부가 수입산 휴대전화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어 큰 영향이 없는 반면, 애플은 현지 생산 비중이 낮아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의 아이폰. 사진/뉴시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재무부는 휴대전화를 비롯해 디지털카메라, 모바일 프로젝터 등 전자제품에 대한 수입관세를 인상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 등에 대한 수입관세는 현행 10%에서 5%포인트 상승한 15%로 높아졌다. 수입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의 국내 제조업 육성 프로젝트인 '메이드 인 인디아(Made in India)' 정책의 일환인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 정부의 수입 휴대전화 관세 인상 소식에 애플은 울상이다. 애플은 지난 6월부터 인도 벵갈루루에서 아이폰SE 조립 공장을 세우고 인도산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대다수 모델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인도에서 판매되는 아이폰 10대 중 9대가 수입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인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13억 인구에도 스마트폰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기회의 땅'으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시장 성장률이 높은 만큼 규제의 벽도 높다. 인도 정부는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이 아니면 높은 관세를 매기는 등 글로벌 제조업체들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는 추세다. 애플은 현재 인도 정부에 휴대폰 부품 수입과 관세 인상을 연기토록 요청한 상태나, 인도 당국이 응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제품을 현지 생산하고 있어 인도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 지역에 스마트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6월에는 400억루피(약 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 공장 부지를 기존 12만㎡에서 24만㎡로 확장해 생산 규모를 2배로 늘렸다.
타룬 파탁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인도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88%를 수입함에 따라 이번 정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수입관세 인상으로 아이폰 가격이 상승하거나 애플이 인도에서 더 많은 아이폰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