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흑자' 불구 버티는 인천공항…철수 준비하는 롯데면세점

임대료 조정 협상 결렬 분위기…2월 말 완전철수 가능성 대두

입력 : 2018-01-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롯데면세점과 인천공항공사 간 면세점 임대료 감면 협상이 장기화되며 결렬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양측이 합의점을 찾기 위한 협상에 나섰지만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결국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짐을 싸고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인천공항공사가 사상 첫 1조원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조정 불가를 줄기차게 고수하고 있어 롯데면세점의 감정도 상할대로 상한 상황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과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9월 말부터 현재까지 임대료 감면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도 접점을 못 찾고 있다.
 
당초 롯데면세점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유커가 급감하면서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기존 고정 임대료를 변동 임대료로 바꿔 줄 것을 공사 측에 요구했다. 롯데면세점은 2015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업황에 관계없이 총 약 4조 1000억원의 임대료를 인천공항공사에 지불해야 한다. 업황에 따라 크게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한 롯데면세점측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조건이다. 이에 실적과 비례한 '변동 임대료' 전환을 통한 대안을 공사측에 제시한 셈이다 .
 
그러나 공사측은 수익 감소와 다른 업체들의 조정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며 요지부동 자세를 보이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협상에 진척이 없자 지난해 11월, 롯데면세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공항공사를 불공정거래로 제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위측이 롯데면세점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최후의 조치인 롯데가 인천공항 내 '면세점 철수'를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올 2월 말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 여객터미널(T1)에서 면세점 사업을 지난 2015년 9월 시작했다. 사업 기간의 절반(2년 6개월)이 지나야 철수를 요구할 수 있게 한 계약조건을 감안하면, 다음달 말경이면 철수요청 요건이 성립된다.
 
롯데면세점측도 현재로선 철수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공정위 제소 건이 조정원에 이첩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로선 조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2월 말이 되면 인천공항에서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할 수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총 매출은 2조4000억원을 올렸고, 당기순이익은 1조1200억원의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인천공항공사는 2016년에도 매출 2조1800억원에 9650억원 흑자를 기록했으며, 지난 2004년부터 현재까지 13년째 흑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롯데면세점의 볼멘소리가 힘을 얻는 배경이기도 하다. 공사측이 임대료 조정 불가 배경 중 하나로 '수익성 악화'를 거론했지만 지표는 흑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 수익의 70% 이상이 임대료 수익으로 알고 있다"며 "매년 공사의 수익에 막대한 보탬이 돼 왔는데 면세업계 위기를 같이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도움을 요청한 것은 외면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철수하게 될 경우 3000억 원에 달하는 위약금 문제가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공사와 협의 중이기 때문에 철수를 확정하진 않았다"며 "철수 요건이 갖춰지는 다음달 말 까지는 협상에 나서겠지만 진전이 없을 경우 최후의 수단은 결국 완전 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전경. 사진/롯데면세점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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