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KT&G(033780)가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처를 대폭 확대하면서 일반담배 판매량이 줄어든 데 따른 실적 부진을 해소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T&G의 차세대 궐련형 전자담배 '릴(lil)'과 전용담배인 '핏(Fiit)'을 7일부터는 기존 편의점 GS25뿐 아니라 서울 지역 CU·세븐일레븐·미니스톱·이마트24 등 7700곳의 편의점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11월 이후 GS2 편의점(2700곳)에서만 한정 판매되던 '릴'이 판매처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KT&G가 '릴'과 '핏'의 판매처를 대폭 늘리는 것은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일반담배 수요가 급감하면서 KT&G는 실적에 타격을 받고 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전용담배 '핏'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담배 판매량(35억2000만갑)은 전년 보다 3.8% 줄었다. 담뱃값이 인상되기 전인 2014년 연간 판매량에 비해서는 19.2%나 줄었다. 하지만 5월 '아이코스'를 시작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전자담배가 8000만갑 가까이 팔리며 전체 담배 판매량의 2.2%를 차지했다.
KT&G는 이 같은 소비 패턴의 변화에 즉각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전년 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0%, 5.0%씩 줄면서 1조4261억원, 1조1642억원에 머물렀다. 미국 전자담배회사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내수담배 판매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핵심 계열사인 KGC(홍삼)의 부진도 전체 실적에는 악재였다.
업계에서는 전자담배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2.2% 수준이었지만, 신제품과 판매량이 확대되면서 올해 12.6%, 2019년에는 18.5%까지 크게 확대될 걸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 필립모리스코리아가 처음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와 전용담배 '히츠'를 출시하며 선발주자로 나섰고, 이어 8월 BAT코리아가 '글로'와 전용담배 '던힐 네오스틱'을 출시하면서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KT&G는 한발 늦은 지난해 11월부터 '릴'과 전용담배 '핏'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KT&G가 '릴'로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고 있지만, 경쟁사에 비하면 출발이 늦었던 만큼 시장점유율을 얼마나 빨리 끌어올리느냐가 실적 회복의 키가 될 전망이다. '아이코스'가 이미 전국 편의점에서 판매중이고, '글로'도 판매처를 5만여곳으로 확대했다. KT&G마저 판매처를 늘리면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채널 경계를 넘나드는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출시 이후 현재까지 '릴' 판매는 누적 10만대를 돌파했으며, 전자담배 시장에서 KT&G가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추산된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일반 담배 수요가 전자담배로 이동하는 과도기에 KT&G의 실적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며 "올해는 전자담배사업에서 판매량이 의미있는 수준으로 늘어나고 평균판매단가도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KT&G 관계자는 "경쟁 상품에 비해 충전 후 연속 사용의 편의나 가격경쟁력을 높였다"며 "서울 편의점을 시작으로 판매처를 확대하는 데 주력해 전자담배 시장 성장에 대응할 예정이다. 일반담배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만큼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마케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