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올 들어 국내 조선사들이 연이은 수주로 연간 수주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현대중공업이 1분기까지 60억달어치 일감을 확보하며 올해 수주목표액의 45%를 달성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고, 삼성중공업 역시 이달 초까지 9억달러 이상 일감을 확보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6~2017년 수주성적이 턱없이 낮은 데다가 원·달러 환율과 철강재 가격도 들썩이고 있어 올 한해 매출절벽에 따른 한파가 매서울 전망이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선박 수주실적은 2월 말 누적 기준 15척, 약 20억달러어치로 파악된다. 계약 체결을 전제로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인 건까지 합치면 1분기 총 수주규모는 6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연간수주 목표액 132억달러 중 45%를 한 분기동안 채우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11억달러어치에 이어 2월에도 9억달러 규모의 선박계약을 따냈다. 수주절벽이 극에 달했던 지난 2016년 1~2월 누적 수주액이 3억7000만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늘었다.
삼성중공업 역시 연초부터 순항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월 현재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과 초대형컨테이너선 등 총 9척, 9억5800만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지난해 세운 수주목표액 77억달러 가운데 12%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업황 개선으로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지난 23일 수주전망치를 82억달러로 상향했다. 앞서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도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NG선과 셔틀탱커 등 적정 이익 확보가 가능한 선종의 수주가 늘어나면서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며 올해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2척과 특수선 1척 등 총 3척, 4억달러어치 일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회사채와 기업어음 출자전환으로 부채비율이 낮아졌지만, 수주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정부와 대우조선은 지난해 부채비율 900%대로 신규 수주활동이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워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비율을 200%대로 대폭 낮춘 바 있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주절벽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침울하다. 2016년 수주절벽에 따른 매출절벽이 올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보통 조선사들은 선박 계약을 따내면 1~1년6개월 뒤 건조에 들어가는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확보한 일감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대우조선도 최근 2년간 수주성적이 나빴다. 하지만 불황이 닥치기 전에 따놓은 일감이 있어 내년부터 매출절벽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과 원자재 가격 등도 조선사를 옥죄고 있다. 원화 강세는 원화 환산 기준 선가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조선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주요 원자재인 후판(두께 6mm 이상 두꺼운 철판)도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원가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수주는 올해가 지난해보다 나아지지만, 매출절벽은 오히려 심화할 것"이라며 "지난해 따낸 선박은 빨라도 올 연말쯤에나 건조에 들어갈 수 있어 올해도 녹록지 않은 한해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