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약에 목매는 국내 제약사

수입약 판권 연쇄이동…대외의존도 심화 우려

입력 : 2018-04-10 오후 3:06:17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국내 제약사들 간 글로벌 제약사의 도입약 쟁탈전이 치열하다. 판권이 회수되면 다른 도입약을 들여와 매출 감소분을 만회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자체 개발 신약보다 도입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계의 사업구조가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CJ헬스케어는 2014년부터 국내 판매하던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260억원)' 영업권을 대웅제약에 지난달 넘겨줬다. 대신 동아에스티의 국산신약 '슈가논(복합제 포함 60억원)' 도입을 추진한다. CJ헬스케어와 동아에스티는 슈가논을 공동판매하기로 합의했고,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대웅제약은 포시가 도입과 동시에 2015년부터 판매하던 '슈글렛(30억원)'의 영업권을 아스텔라스에 반납했다. 슈글렛의 새로운 영업 파트너는 한독이 유력하다. 한독은 이번달에 아스텔라스와 슈글렛 공동판매 계약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도입약 전략은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국내 제약업계 영업 패턴으로 자리잡았다. 종합병원 영업은 글로벌사가 맡고, 전국 의원 영업은 국내사가 전담하는 형태다. 글로벌사는 영업인력 확충 없이 방대한 국내사의 영업망을 활용해 비용 절감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국내사는 전세계에서 팔리는 유명 신약을 도입해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보통 판매액에서 20~30%를 수수료로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100억원을 팔아서 20억~30억원을 수수료로 받는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도입약 유치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국내 의약품 시장 성장률이 둔화된 데다가 제약사들이 신제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약을 앞두고 이해관계가 충돌해 판권회수를 당하면 단숨에 매출이 증발할 수 있다. 다른 글로벌 신약 도입해 매출 감소분을 메우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입약 파트너사가 연쇄적으로 변경되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업계에선 국내사끼리 '제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국내 제약업계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상위 10개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상품매출(도입약) 비중은 약 40%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하려면 장기간 R&D 비용을 투입해야 하지만 수입약을 들여오면 손쉽게 매출을 상승시킬 수 있다"며 "신약개발보다 약물 도입에 매진해 해외업체의 유통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제약산업 근간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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