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육성, 이대론 안된다)③R&D 컨트롤타워 첫발…이번엔 협업할까

복지부·과기부·산자부, R&D 통합운영 추진…"부처 이기주의 답습 피해야"

입력 : 2018-05-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신약개발 R&D 컨트롤타워 설립은 현재 어렵게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3개 정부 부처가 경계를 허물고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 사업단 설립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선 그간의 부처 간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업계에선 컨트롤타워 설립 추진에 대해 반색하면서도 부처 간 이기주의를 반복하지 않을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신약개발과 의료기기 부문 R&D의 범부처 전주기 통합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3개 부처는 신규사업과 재정투자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오는 11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결정은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선 부처 간 역할 구분을 초월한 컨트롤타워 설립이 시급하다는 데 각 부처가 의견을 같이하면서 비롯됐다.
 
기존에는 과기정통부는 기초·원천연구, 산업부는 제품화, 복지부는 임상과 사업화를 나눠 지원하다보니 유기성이 떨어지고 연구결과에 단절이 생긴다는 점이 문제였다. 각 부처의 담당 분야가 다르다보니 예산 지원만 받고 상업화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적잖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지속적으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지난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대통령 직속 '제약·바이오 혁신 위원회' 설치를 정책 제안하기도 했다. 
 
범부처 전주기 사업으로 운영되면 신약후보물질 탐색 등 신약개발 초기단계부터 각 부처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처별로 나눠져 있던 정부의 신약개발 예산도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게 된다. 중복투자를 줄여 한정된 예산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5년 또는 10년 장기적이고 일관된 신약개발 예산 투자도 가능하게 된다. 그동안은 중장기적인 계획과 예산이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정부든 민간이든 단기간 성과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후보물질 탐색과 발굴부터 전임상과 임상시험을 거쳐 최종 판매까지 신약개발은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획단을 꾸려 본격적으로 논의에 착수한 단계"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3개 부처가 힘을 합쳐 전주기 통합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3개 부처가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이해관계를 잘 조정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복지부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와 신약개발 예산과 사업을 통폐합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과기정통부와 산자부의 예산 집행과 사업 참여 범위에 대해서는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사업단도 기존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을 확대 운영하는 형태다. 출범 시기도 기존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2011~2019년) 사업이 종료되는 2020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을 그대로 답습하는 형태라면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도 있다"며 "R&D의 범부처 전주기 통합운영이 성공하기 위해선 부처 간에 공조와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과 관리는 개별 부처가 중심이 아닌 인력을 파견해 사업단에서 맡는 형태일 것"이라며 "복지부과 주관하고 과기정통부와 산자부가 얼마나 적극적인 협업에 나설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지원 범위, 예산 등의 적정 수준과 범위를 검토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산자부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가 높다"며 "복지부가 중심이 돼서 사업을 잘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기본 마인드는 복지부, 과기정통부, 산자부를 떠나서 국가사업으로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모든 신약개발 연구를 일원화하는 중앙집권적인 형태는 아니다"라며 "신약개발에 대한 큰 줄기는 사업단이 맡고 겹치지 않는 한에서 개별 부처가 도맡던 초기기전 연구, 인력 교육 등 세부적인 사업은 그대로 진행하게 된다. 사업단이 제약산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각 부처와 논의를 통해 중복투자를 줄이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사업단이 실제적 제약산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이 신약 R&D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과도기적 단계에 있어 컨트롤타워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국산신약은 현재 29개가 개발됐다.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된 국산신약은 현재 19개다. 신약 파이프라인은 1000여개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컨트롤타워 필요성에 공감하고 설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며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인 예산 확충과 현명한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 수립과 실행이 가능하도록 신약개발 정책이 선진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정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이 지난 23일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제약산업이 발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정책(약가 등)이 일관성 있게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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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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