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발발에 한국 자동차 '위기감' 고조

글로벌 보호무역 확대 우려…25% 관세 '현실화'

입력 : 2018-08-26 오후 5:19:00
[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발발하면서 한국 자동차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중 양국은 지난 23일(현지시간)부터 각각 160억달러 규모 제품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미국은 또 이와 별도로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공청회 절차를 진행 중이다. 중국은 이에 맞서 6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 보복을 예고,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대국 간 관세 충돌이 현실화되면서 후폭풍에 대한 한국 자동차업계의 염려도 커졌다.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거시경제 측면에서 악영향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중국이 미국산에 이어 외산 브랜드를 전반적으로 배척할 경우 한국의 타격은 불가피해진다. 게다가 무역분쟁이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서 시작한 만큼 다음 타깃은 한국산 자동차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동차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조사할 것을 상무부에 지시, 한국 자동차도 사정권에 들어왔다. 이에 우리정부와 자동차업계는 지난달 19일과 20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공청회를 통해 고율 관세 부과가 미국 자동차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피력했다. 지난해 미국 완성차 빅3(포드·제너럴모터스·피아트크라이슬러)의 해외 부품 조달비율이 최대 60%에 달하는 상황에서 관세 부과분만큼 완성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수입액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57억3000만달러, 79억1000만달러다. 전체 한국산 제품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자동차 22.1%, 자동차 부품 11.1%로 집계됐다.
 
상무부 조사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불투명하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이달 말까지 완성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면서도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절차 상으로 내년 2월16일까지가 트럼프 대통령 보고 시한이다. 대통령 보고 후 90일 이내에 관세 부과 여부를 최종 결정하고, 이후 15일 이내 조치를 시행한다.
 
25%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 경쟁력은 사실상 사라진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고사 직전까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최악의 분석도 나온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25% 관세 부과 조치로 향후 5년(2019~2023)간 최소 180억달러, 최대 662억달러의 누적 수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 교수는 "25% 관세는 2023년 이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를 흑자에서 균형수지로 바꿀 정도의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일자리 손실은 최대 64만6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이 한국 자동차의 중국시장 입지를 회복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중국 합작법인(베이징현대차 및 둥펑위에다기아차)을 통해 현지 생산물량을 대응하고 있는 데다, 최근 중국 전용 모델도 잇따라 출시하며 대륙에서의 위상 회복에 나선 점에서 미국산의 부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하반기 경영 불안 요인을 조사한 결과 미국발 무역분쟁이 가장 우려된다는 응답이 54.5%로 가장 많았다. 미국과 중국은 올해 1월부터 서로 보복성 조치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먼저 도발한 쪽은 미국으로, 지난 4월3일 자동차 등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이에 중국 정부가 하루 뒤 자동차, 항공기 등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동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응수했다. 이번 관세 부과는 2라운드 격이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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