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세준·이성휘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이 북한 땅을 밟는다. 11년 만에 이뤄지는 4대그룹 총수의 방북이다.
13일 청와대 및 재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 참석할 경제인 명단을 사실상 확정하고 일정 등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에 이은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등의 정치적 일정을 감안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UN 대북 제재 완화 가능성이 커진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남북 경협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으로, 이를 위해서는 북한을 대하는 재계의 생각 전환이 필수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뉴시스
청와대는 남북 경협을 평화통일로 가는 초석이자, 국가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기회로 판단하고 큰 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4대그룹에 이번 방북 참여를 직접 요청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해당 기업(4대그룹)에 초청을 한 건 맞다"면서도 "어느 분이 갈 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남북 경협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27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담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건넸다. 신경제지도란 남북 중심의 동북아시아 평화·경제공동체 청사진으로, 산업·물류 벨트인 환서해벨트(목포~인천~개성~해주~신의주~중국 다롄), 에너지·자원 벨트인 환동해벨트(부산~포항~설악산~원산~나선~청진~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일본 니가타), 접경지역을 잇는 평화벨트(인천~강릉~함흥)로 구성된다.
일단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방북을 사실상 확정했다. 다만,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2심 결과에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으며, 때문에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라도 방북 의지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와 SK, LG도 정의선 부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이 방북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은 앞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 SK는 최태원 회장, LG는 고 구본무 회장이 방북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구광모 회장은 선친의 별세로 이번 방북이 대외적으로 공식 데뷔 무대가 된다.
이외에도 대북사업을 주도해온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을 비롯해, 주요 경제단체 몫으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3차 남북 정상회담에 함께 한다.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과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도 명단에 거론된다. 2~3명의 중견기업 대표들도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남측 대표단 인원을 2007년 정상회담 때보다 100여명 줄어든 200여명으로 북한과 합의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과 "동행할 경제계 인사들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수행 인원과 정부 고위급 관계자, 취재기자단 등을 제외하면 방북 가능한 재계 인사는 15명 안팎으로 제한된다.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 때는 7명이, 2007년 정상회담 때는 17명이 경제계를 대표해 방북길에 올랐다.
이번에 방북하는 기업 중 과거 남북 경협 이력을 갖춘 곳은 현대(현대아산)와 삼성(옛 제일모직, 현 삼성물산), LG(옛 LG패션, 현 LF) 등이 있다. 현대아산은 1998년 11월 금강산 관광, 2003년 9월 육로 관광, 2007년 12월 개성 관광을 시작했으나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 사건 발생 이후 모든 사업이 중단됐다. 삼성물산과 LF는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을 납품받았다.
황세준 기자·이성휘 기자 hsj12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