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공동연구과제 수행 차 상하이에 방문했다. 상하이 소재 대학에서 진행 중인 연구 결과도 발표하는 자리다. 손님 식사 대접에 신경 쓰는 중국 대학 측에서 풍성한 식사와 좋은 차를 대접한다. 냉채, 야채 볶음요리, 고기 볶음요리, 튀김요리 등 다양한 요리접시가 겹겹이 쌓일 정도로 식탁에 올라온다.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카메라로 음식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니 페이스북 친구인 뉴욕대 교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좋아요’를 누른다.
원래 중국에서는 페이스북과 구글을 쓸 수 없다. 유투브도 안되고 트위터도 쓸 수 없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도 접속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다음 블로그나 카카오톡도 이따금씩 먹통이 된다. 중국정부가 규제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인터넷 검열을 하다가 필요하면 서비스를 아예 막아버린다.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은 바이두, 웨이보와 중국어 서비스를 쓴다. 하지만 중국에 거주하는 일부 외국인들이나 중국 사람들은 VPN(가상 사설망, Virtual Private Networks)을 이용해 막혀 있는 페이스북과 구글을 이용한다고 한다. 원래 페이스북과 구글이 중국에서 접속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2009년 3월, 중국 경찰이 티베트인들에게 무력을 행사하는 비디오가 유튜브에 올라왔고, 같은 해에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는 분리독립 소요가 일어났다. 중국은 이런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갑자기 차단했다. 중국에선 검열이 물과 공기처럼 일상 생활이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을 계속 모니터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 정보를 내보기도, 또 외부에서 내부를 들여다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국내 통신사 스마트폰을 가져가 데이터 로밍을 하면 페이스북이나 구글 접속이 쉽게 가능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재깍재깍 올라오기는 어렵다. 어찌보면 내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이 뉴욕대 교수에게는 중국을 보고자 하는 눈과 귀가 되어준 셈이다.
식사를 하면서 미국에서 온 교수들과 인사를 나눈다. 유명대학의 저명한 학자들로 내가 미국에 가면 만날 수나 있을까 싶은 대단한 분들이다. 상하이는 아시아에서 미국 브로드웨어 뮤지컬이나 유명 팝음악 가수들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면서 아시아 투어를 한다면 상하이부터 가기 마련이다. 어찌 보면 상하이야말로 우리나라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비행기로 2시간 거리에서) 가장 세계적인 수준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인 듯 싶다.
미국에서 온 교수들과 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미있는 인터넷 경제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한국의 아프리카TV BJ라 불리는 1인 방송 현상이나 중국의 ‘왕홍’이라 불리는 콘텐츠 제작자들이 생방송으로 물건을 팔아 엄청난 매출을 내기도 하고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왕홍은 ‘인터넷에서 인기있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왕홍들은 개성있는 콘텐츠로 팬들과 소통하면서 메이크업, 헤어, 패션, 온라인 게임, 여행, 육아 등 다영한 영역에서 전자상거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사업모델이니 미국 학자들이 넋을 놓고 이야기를 듣는다. 뛰어난 학자들이 내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으며 내게 질문을 하면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으니 중국 사람들의 표정은 ‘한국학자가 대단한데?’라는 것 같다. 사실 중국 사람들 억양이 있어 알아듣기 힘든 영어를 듣다가 상대적으로 알아듣기 쉬운 내 영어를 듣고 주로 나와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생각해보니 한중공동과제를 하게 된 것도 중국에서 함께 연구하는 중국 교수를 만나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국제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나니 중국 교수가 찾아와 함께 연구 과제를 제안하자고 하면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렇다, 중국 사람들과는 중국 밖에서 만나야 하지 싶다.
출장을 마치고 상하이에서 돌아오는 길에 페이스북에 글을 남긴다. "저는 중국 사람들만큼 중국어를 잘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보다 중국어를 잘 합니다. 또 저는 미국 사람들만큼 영어를 잘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보다 영어를 잘 합니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트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