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세준·양지윤·김진양기자] 주요 기업들의 4분기 실적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25일 <뉴스토마토>가 전자,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철강, 통신 등 6개 업종을 대표하는 상장기업 24곳의 4분기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직전 분기였던 3분기 대비 매출이 3.5% 늘어나는 데 비해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은 1.1%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흐름은 분명 좋지 않다. 미중 무역갈등과 저성장에 따른 경쟁 심화 등 대내외 여건도 악화일로다.
3분기까지 반도체 초호황을 누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조차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분기 대비 각각 2.2%, 7.4% 감소해, 반도체 고점론에 휘말릴 전망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모바일, 반도체를 이을 새 먹거리로 인공지능(AI)을 낙점하고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23.1% 수익성이 후퇴해 성수기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LG디스플레이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 상반기 LCD 판매가격 하락 여파로 적자를 기록했던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업 비중이 LCD에 치중돼 있어 당분간은 중국의 물량 공세에 힘들 전망이다.
조선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삼성중공업은 4분기에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4.6% 악화가 예상된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보일 전망이다. 하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조선 강국으로서의 위상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올해 수주 목표액 달성도 불투명하다. 현대중공업이 79%를 채웠지만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63%, 60%에 그치고 있다. 조선업계는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중심으로 수주 포트폴리오를 변경 중이다.
자동차는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조차 그간의 깊은 부진에서 비롯된 착시다. 지난 2012년 8조원을 넘어섰던 현대차 영업이익은 올해 그 절반인 4조원 달성조차 불투명하다. 4분기 자동차업종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4.2%에 불과하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적용해 한국산 등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최대 전략시장 중 하나인 미국 수출길마저 막힐 수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이미 8월부터 이란 수출도 끊겼다. 완성차가 허덕이면서 부품업계는 이미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최근 1차 협력사 851곳을 대상으로 자금 수요를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은행권 대출금 상환 연장, 시설 투자비, 새로운 판로 개척을 위한 연구개발(R&D) 등에 3조여원의 긴급 정책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면 부품업체는 아예 죽는다"며 "원가절감만큼 무서운 말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수요처인 전방산업 부진에 포스코 등 철강업종 기상 전망도 흐리다. 대한민국 철강을 대표하는 포스코의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각각 0.7%, 9.9% 감소할 전망이다. 포스코는 지난 23일 3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4분기 제품 가격을 산업별 시황에 따라 결정하겠다"며 "수요산업 대부분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 취임 100일에 맞춰 개혁과제를 발표하고, 철강사업 고도화 및 신성장 사업 발굴 등으로 업황을 대처해 나갈 예정이다.
석유화학업종에도 불황의 그늘이 드리운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1%, 전분기 대비 1.1%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7%, 1.2% 하락이 예상돼 업계 표정이 우울하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부터 이어진 저유가와 견조한 수요로 최근 2년 간 호황을 누렸지만 그간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던 사이클을 고려하면 다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며 "호황기에 벌어들인 돈으로 신·증설 투자에 나서 다음 호황기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LG화학은 여수공장과 대산공장에서 각각 80만톤, 30만톤의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증설해 오는 2021년까치 총 110만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또 약 2조원을 들여 중국 난징에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롯데케미칼은 여수NCC 20만톤 증설과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신규 에탄분해시설(ECC)을 건설 중이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그간 중단됐던 4조원대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사업도 재개될 전망이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200여개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4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3분기보다 12포인트 하락한 75를 나타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미만이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대한상의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내수 침체 장기화 우려에 따른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황세준·양지윤·김진양기자 hsj12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