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 방중은 2차 북미 정상회담과 서울 답방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앞서 중국과 최종 가이드라인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중국 매체들은 8일 오전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에 따라 7~10일 중국을 방문한다. 부인 리설주 여사도 동행한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최고지도자 등극 후 네 번째다. 지난해 4·27 남북 정상회담 한 달 전인 3월 25~28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후인 5월7~8일, 6월19~20일 중국을 찾은 바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와 같은 패턴대로 중국을 방문했다면, 내달 초·중순 김 위원장 서울 답방이 이뤄지거나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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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미대화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차원의 방중’이라는 의견에는 선을 긋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오히려 (북미 정상회담 관련) 미국과 내용적으로 상당부분 접근해 있고, 시기와 장소까지 거의 결정된 상황에서 중국에 가지 않았을까 싶다”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 의제에 대한 윤곽이 어느정도 잡혀가는 상황에서 중국과 최종 조율 성격의 방중이라는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3차 방중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조선반도와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역사적인 여정에서 중국 동지들과 한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정전협정 당사자들과 긴밀한 연계해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중국과의 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미국 측도 김 위원장의 방중을 예의주시하며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관계자들이 말을 아끼는 상황에서 미국 언론들은 ‘중국이 북한 문제를 고리로 미국에 대한 지렛대를 키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중 양국이 밀착할 경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중국과의 무역협상 문제가 얽히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 대화가 지지부진할 때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국 배후론’을 제기해온 것과도 무관치 않다.
한편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남북·북중·북미 교류가 진행되고 있는데 각각의 교류가 서로 선순환해 또 다른 관계에 진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중국이나 북한으로부터 김 위원장 방중 통보를 받은 시점이 언제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고 “사전에 충분히 긴밀하게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해왔다”고만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지난 7일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