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혁신성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집권 3년차에 경제활성화를 위한 동력을 확보하면서 확실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의 비전을 소개하는 데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면서 이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려 21번이나 '혁신'을 언급했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때 9번 언급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집권 중반기에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정부의 핵심 3대 경제정책 틀속에서, 특히 혁신성장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보완하되 큰 틀에서 기조를 유지하면서 혁신성장 강화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데이터와 AI(인공지능), 수소경제 등 올해 3대 전략적 혁신산업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한 스마트공장과 스마트시티, 자율차, 드론 등 혁신성장 8대 선도사업에도 올해 3조6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비 지원 등 정부 연구개발(R&D) 예산도 역대 최고로 많은 20조원을 넘어서는 금액을 쏟아 부을 방침이다. 오는 2022년까지 전기차 43만대와 수소차 6만7000대, 수소버스도 2000대 보급하고 2014년까지 300여개에 불과했던 스마트공장은 올해 4000개를 포함해 2022년까지 3만개로 대폭 확대한다고 했다. 스마트 산단도 올해 2곳부터 시작해 2022년까지 1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전통 주력 제조업 혁신에도 나선다.
임기 내 혁신성장을 위한 인재양성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혁신적인 인재를 얼마만큼 키워내느냐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면서 "임기 내에 혁신성장 선도 분야 석·박사급 인재 4만5000명, 과학기술·ICT(정보통신기술) 인재 4만명을 양성하겠다"고 설명했다.
혁신성장을 뒷받침할 정부 세부 전략으로는 규제혁신을 꼽았다. 신산업이나 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올해부터 본격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은 기업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 발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국형 규제샌드박스 시행은 신기술과 신제품의 빠른 시장성 점검과 출시를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대규모 투자 사업이 조기 추진되도록 범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며 "특히 신성장 산업의 투자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도 강조했다. 지역에 꼭 필요한 공공 인프라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서 지역경제를 지원할 예정이다. 도서관이나 체육관 등 생활밀착형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확대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지역 주력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14개 지역활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활밀착형 SOC 예산 8조6000억원을 투입해 지역 삶을 빠르게 개선하겠다"며 "구도심 지역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농촌의 스마트팜, 어촌의 뉴딜사업으로 생활환경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포용적 성장'의 비전을 설명하고,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안전망과 고용안전망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회안전망과 고용안전망이 확보되지 않은 채 이뤄지는 성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를 통한 구직기간 중 생계 및 재취업 프로그램 지원, 특수고용직과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 확대, 의료비 절감 혜택, 치매 환자 가족 부담 경감 등을 제시했다. 또한 7세 미만 아동수당 지급, 국공립유치원 1080학급 신설, 직장어린이집 확대 및 500가구 이상 아파트단지 국공립 어린이집 의무 설치를 강조했다. 온종일 돌봄 서비스 대상 아동은 2022년에 53만명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해선 "대책을 강화하겠다"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장사가 잘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