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지난해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23일 처음으로 열렸다. 양국 외교장관들은 최근 엄중한 한일관계에 대해 서로 유감을 나타내면서도 만남 그 자체에 일단 의미를 부여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성 대신은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연차총회인 다보스포럼 참석을 계기로 회담을 했다.
강 장관은 "올해 들어 고노 대신을 처음 만난다. 지난 4일 통화 이후 다보스포럼 계기에 회담을 갖게 돼 반갑고 (회담이)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다만 "지난해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문제에 이어 최근 일본 초계기에 대한 레이더 조사 주장 문제 등 한일 양국 간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지난 18일 이후 오늘을 포함해 그간 세 차례에 걸쳐 일본 초계기의 우리 함정에 대한 저공 근접비행이 이어졌다고 들었다"며 우려와 유감을 나타냈다.
강 장관은 "그러나 이렇게 상황이 어려울 수록 양국 외교당국 간에는 절제되고 사려깊게 문제를 관리하면서 양국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에 확고한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해 고노 대신과 빈번하게 대화를 이어가면서 현안 관리를 잘 했다고 생각하는데 올해도 현안을 관리하면서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같이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고노 대신도 "한일관계는 매우 엄중한 상황에 있다"면서 "그러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강 장관과 이렇게 직접 만나 회담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한일 간 어려운 문제에 대해 솔직히 의견을 교환하고자 한다"면서 "또 최근 북미간 움직임을 포함해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확실히 공조를 확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일외교장관 회담에 배석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연합뉴스>와 만나 향후 북미회담이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한과 미국의 3박4일 '합숙담판'에 함께 했던 그는 '회담이 잘 됐냐'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본부장이 '급속도'라는 표현으로 북미 실무협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가운데, 일각에선 북미가 '영변 핵시설 폐기 및 검증-포괄적 제재완화'를 서로 교환하는 이른바 '빅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당초 북한이 비핵화 조치대신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폐기하고, 미국도 일부 대북제재만 완화하는 '스몰딜'이 유력했지만, 북미 실무협상 단계부터 우리 정부가 함께하면서 협상의 속도와 규모가 커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 브리핑룸에서 내신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