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현재 수준인 'AA-(안정적)'로 유지했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몬 피치는 대외건전성과 견조한 거시경제 성과, 지정학적 위험, 고령화·저생산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이 같이 등급을 정했다고 전했다. 피치의 'AA-'는 상위 네번째 등급이다. 전망은 '안정적'이라고 봤다.
피치는 2017년 3.1%에서 2018년 2.7%(한국은행 속보치)로 성장률이 둔화했지만 다수의 AA 등급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 중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피치는 소득주도 수요 증대와 정부투자 확대 등 정책 노력에도 불구, 민간투자·수출 둔화로 ‘2019·2020년 성장률은 각각 2.5%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저임금 2회 인상으로 실업률이 소폭 상승하고, 저숙련 일자리 창출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와 함께 경제활동인구 감소, 조선업 등 구조조정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24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현재 수준(AA-,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사진/뉴시스
피치는 향후 글로벌 무역갈등 등에 따른 하방위험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 갈등이 한국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세계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간접적 영향이 상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은 지난해 견조했지나 4분기중 둔화됐고, 최근 수개월간 반도체 수출 감소를 감안하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선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의 긴장은 완화했지만, 여전히 지정학적 위험은 국가 신용등급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의 비핵화 진전이 유엔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에는 불충분하며, 외교적 진행 과정이 중단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다음달 개최가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과정에 진전이 있을지에 대해 두고 볼 필요가 있다는 언급도 내놨다.
피치는 "단기간 내 통일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 상태(balance sheet)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외건전성에 대해선 견고한 대외순자산 상태 등을 고려할 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도 유사 신용등급 국가보다 높은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재정건전성과 관련해선 GDP 대비 38.6%인 정부 부채는 AA등급에 부합(중간값 39.4%)한다고 봤다.
그러나 재정 확대로 2022년까지 GDP 대비 43.7%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중기 재정계획에 정부의 적극적 재정기조가 명확히 반영됐고, 장기적으로 인구 고령화 등을 감안한 재정소요에 대비해 지출 여력확보가 필요하다는 언급도 제시했다.
가계 부채는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중기적으로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증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최근 증가속도가 둔화됐고 높은 가계 자산이 금융안정성 위험을 완화했다고 분석했다.
통화정책은 연내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지만 최근 경기 둔화에 따른 물가압력 완화 가능성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AA 등급중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전반적인 경제 발전 수준은 소득수준에 비해 높다는 평가다. 기업 환경도 세계은행의 Doing Business(사업·영업활동을 행하는 것) 순위에서 190개국 중 5위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피치는 향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요인으로 △지정학적 위험의 구조적 완화 △정·경분리 등 거버넌스 개선 △생산성 제고를 위한 개혁을 통해 가계부채 악화 없이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증거 등을 제시했다.
반면 하향요인으로는 △한반도 긴장의 상당한 악화 △예기치 못한 대규모 공공부문 부채 증가 △예상보다 낮은 중기 성장률 등을 꼽았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제신평사들에게 최신 대북 진전사항 및 한국경제 동향을 적시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감으로써 대외신인도 관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