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김복동 할머니 조문 "문제 해결 안됐는데 떠나보내 마음 아파"

현직 대통령 사상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첫 조문

입력 : 2019-01-29 오후 6:37:14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전날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현직 대통령의 위안부 피해자 조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빈소가 차려진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한 문 대통령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의 영접을 받아 빈소로 이동했다.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에 입장한 문 대통령은 헌화를 하고 영정 사진에 큰절을 했다. 이후 김 할머니의 영정을 길게 응시했다.
 
조문을 마친 문 대통령은 유족이 없어 상주 역할을 하는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등과 침통한 표정으로 악수했다. 이후 빈소 옆 응접실로 이동해 윤 대표, 길원옥 할머니, 손영미 쉼터 소장 등과 2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김의겸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우리 어머님하고 연세가 비슷하신데 훨씬 정정하셨다. 참 꼿꼿하셨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8월 청와대에서 독립 유공자와 오찬할 때 김 할머니를 초청했고, 작년 1월에는 입원한 김 할머니를 문병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조금만 더 사셨으면 3·1절 100주년도 보시고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서 평양도 다녀오실 수 있었을 텐데"라며 "이제 23분 남으셨다. 한분 한분 다 떠나가고 계신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떠나보내게 돼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에 "(김 할머니는) 돌아가시면서도 '끝까지 해달라', '재일 조선인 학교 계속 도와달라'라고 하셨고 '나쁜 일본'이라며 일본에 대한 분노를 보이셨다"며 또 "'김정은이 빨리 와야 한다, 오면 금으로 된 도장을 만들어주겠다. 김정은이라고 새겨진 그 금도장으로 통일 문서를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곤 했다"면서 고인의 유언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평양이 고향인 길원옥 할머니에게 "이산가족들이 한꺼번에 다 갈 수는 없더라도 고향이 절실한 분들이라도 먼저 다녀올 수 있어야 한다"며 "고향은 안 되더라도 평양, 금강산, 흥남 등을 가면서 반소원이라도 풀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길 할머니의 장수를 기원했다.
 
조문을 마친 문 대통령은 조객록에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 문재인"이라고 작성하고 빈소를 떠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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