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골목상인의 아들…자영업·소상공인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

문 대통령, 꾸준한 소통·정책해결 약속…매달 '점검회의' 열어 상황 검토키로

입력 : 2019-02-14 오후 5:57:28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와 오찬을 함께했다. 소위 '이·영·자'(20대·영남·자영업자)의 주요 축인 이들은 문재인정부 정책에 가장 큰 실망감을 나타내는 집단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쓴소리를 경청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사과하면서 꾸준한 소통과 정책으로 문제해결을 다짐했다. 또 어린 시절 양친을 도와 연탄을 배달한 경험을 언급하고 "저는 골목 상인의 아들"이라며 "여러분의 오늘이 힘들어도 내일에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간담회는 오전 10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등 자영업·소상공인 협의단체 50여명, 분야별 소상공인 97명 등 모두 157명의 자영업·소상공인이 참석했다.
 
행사는 자영업·소상공인들이 현장의 어려움을 건의하고 해당부처 장관들이 답변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이뤄졌다. △임대료·인건비 등 비용문제 △자영업자 재기와 상생 △자영업 혁신 △규제개혁 등이 주제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며 메모했고, 몇몇 건의에 대해선 즉각 답변하고 관계부처 장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우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카드수수료 영세가맹점 협상권 부여문제'에 대해 난색을 표하자 "노동조합단체 협약의 경우에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도 단체협약의 효력을 미치게 하는 구속력 제도 같은 것이 있다"면서 "그렇게 확장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판단해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세금을 카드납부시 수수료 발생' 문제에 대해선 "검찰청 벌금 카드 납부도 과거에는 안 됐지만, 요즘은 국민 편의를 위해 되고 있다"면서 "만약에 안 되고 있는 부분이 있으면 국민 편의를 위해서 가능하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금납부시) 카드 수수료를 2% 부담해야 된다는 것은 역시 국민의 부담을 높이는 것"이라며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방안을 찾아보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방기홍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은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은 인상 속도라든지 인상금액 부분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되는 것"이라고 양해를 구하고 "최저임금의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의견도 충분히 대변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카드수수료 인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4대 보험료 지원, 상가 임대차 보호, 가맹점 관계개선 등 조치들이 함께 취해지면 최저임금이 다소 인상돼도 자영업자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최저임금이 먼저 인상되고 이런 보완조치들은 국회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같은 속도로 이렇게 맞춰지지가 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간담회가 끝나고 약 45분간 오찬이 이어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1월7일 중소벤처기업인과의 대화, 1월15일 대·중견기업 간담회, 2월7일 혁신 벤처기업인 간담회 등 경제계와의 대화를 이어왔지만, 오찬을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뉴는 한식상차림으로 오곡밥이 제공됐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자영업, 소상공인도 우리 경제 주체로서 한 데 어우러지는 '화합과 조화', 이를 통한 '소생과 활력'의 소망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또 간담회 참석자가 만든 홍삼청 주스가 건배음료로, 그릭요거트가 디저트로 제공됐다. 두 음식 모두 몸에는 좋지만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는 '슬로푸드'다. 참석자들에게 정부의 정책효과를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으로 "정부가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기회였다"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다고 느끼고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올해까지 여러가지 많은 보완조치들을 마련했다"며 "이제는 소상공인을 경제정책의 중요 분야로 놓고 독자적인 정책 대상으로 보고 정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인식도 정부가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현장 속에서 아주 세세한 어려움들이 많이 있고, 정부가 다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주 만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들을 더 많이 듣고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진심어린 호소에 참석자들도 화답했다. 평소 '최저임금인상' 문제 등을 놓고 정부와 번번히 충돌했던 최승재 소상공인 연합회장은 "오늘 역사적인 자리를 만들고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신 대통령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주시고, 배려해주시는 부분에 대해서 감사드리고 저희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대통령님과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화답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번에 제안된 의견들을 지난해 발표한 '자영업 종합대책'에 단계적으로 반영해 나갈 방침이다. 당장 오는 19일 관련 13개 정부부처 실무진이 모이는 후속점검회의를 개최해 대화를 이어간다. 인태연 자영업비서관은 "단순히 정부 내부적으로만 점검하는 것이 아닌 (종합대책 마련에) 참여했던 자영업자 대표들도 모시고 매월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에 입장하며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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