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행사 '먼, 길'을 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탁 자문위원은 "1주년 기념행사조차 하지 않는다면, 지난 한 해 우리의 노력과 의미 있는 진전을 뒤로 물리는 것이 된다"고 행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탁 자문위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먼, 길'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행사기획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후 첫 번째 행사"라고 밝혔다. 그는 1주년 기념행사가 북한의 참여 없이 진행되는 '반쪽 행사'인 것 아니냐는 우려에 "당연한 우려"라면서 "고백하자면 이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몇 번이나 고민하고 갈등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렇지만 "지금 판문점선언의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조차 하지 않는다면, 지난 한 해 우리의 노력과 함께했던 의미있는 진전을 뒤로 물리는 것이 되는 것"이라며 "금새 몇 년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고 반박했다.
탁 자문위원은 "북측의 참석여부는 저로서는 아직 알 수가 없다"면서도 "이번 행사는 우리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아티스트들이 판문점에 모두 모인다. 정전 이후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평화와 한반도의 통일'을 기원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탁 자문위원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 만나 서로의 손을 처음 잡았던 판문점 남북경계선에서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1번 프렐류드'가 연주되고, 일본의 아티스트들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를 연주한다.
도보다리 위에서는 '바흐의 샤콘느'가, 남북 정상이 의장대를 사열했던 장소에서는 'G선상의 아리아'가 중국계 첼리스트와 한국 첼리스트들의 협연으로 연주된다. 그 외 한국의 작곡가와 가수들이 참여하는 특별 무대들도 준비되고 있다.
탁 자문위원은 "공연의 제목은 '먼, 길'이다. 멀지만 가야할 길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면서 "먼 길이니 그만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 먼, 길이지만 그래도 가야 할 것인지 우리 국민들 모두가 생각해 보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쩌면 우리 모두 이미 그 먼 길에 올랐는지도 모르겠다"면서 "그래서 연출가로서는 이 행사가 지금 그 길 위에서 지친 분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전날 오후 보도자료를 배포해 "판문점 선언 1주년을 기념하는 '평화 퍼포먼스' 행사를 오는 27일 오후 7시부터 판문점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통일부와 서울시·경기도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먼 길', '멀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 주제다.
다만 북한의 참여 여부는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기념행사 계획을 적절한 시기에 북측에 통보할 예정"이라며 "아직 관련 내용이 북측에 전달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통보'가 북측에 참석을 요청하는 것인지, 단순히 우리 측 행사가 열리는 것을 알리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설령 북측에 참석을 공식 요청해도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후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를 감안했을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출처/탁현민 자문위원 페이스북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