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내년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정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가 한미 양측의 입장차로 결렬됐다. 재선 레이스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미치광이 협상전략'에 한미동맹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19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린 3차 회의 이틀째 일정은 회의시작 약 1시간30분 만인 11시30분쯤 종료됐다. 양측은 전날 4시간 동안 협상을 진행한 데 이어 이날 오후 5시까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임스 드하트 미국측 방위비 협상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미국대사관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는 "한국 협상팀의 제안들은 우리의 공정하고 공평한 방위 분담(burden sharing) 요구에 부응하지 않았다"면서 한국 측이 수용가능한 새로운 제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 측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미국 측의 전체적인 제안과 저희가 임하고자 하는 원칙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측은 어떠한 경우에도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이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하는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이 될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지난 28년간 한미 양국이 합의해 온 기존 SMA 틀 내에서 상호 수용가능한 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 측은 새로운 항목 등을 신설해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달러(약 5조 8410억원)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SMA는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등을 분담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 측은 이외에도 주한미군 인건비(수당)와 군무원 및 가족지원 비용, 미군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역외 훈련비용 등을 추가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나치게 무리한 미측 요구에 외교가에서는 이번 방위비 협상이 동맹국 상호간 호혜적 협상이라기보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재선용 성과내기' 차원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중 '부자나라 방어'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동맹국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방위비용을 청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 차원에서 미국의 '방위비 5배 증가 요구' 역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미치광이 전략'으로 풀이된다. 예측불가능하고 이해가 안 되는 주장으로 상대방을 흔들고 압박해, 자신의 진정한 목표를 끝내 관철시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자신의 저서인 '거래의 기술'에서 "판을 흔들어 자신의 스타일로 판을 새로 짠다. 다양한 지렛대(leverage)를 만들어 판을 주도한다. 최고위층과의 담판을 통해 단번에 빅딜(big deal)을 시도한다"며 자신의 협상스타일을 밝힌 바 있다.
즉 '거래의 기술'에 따르면 내년도 한미 분담금 협상은 실무진 차원보다 '최고위층' 한미 정상 차원에서 최종 결판이 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생색을 낼 수 있는 수준으로 미측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하고, 대신 한미 군사협력 수준을 더 업그레이드하거나, 한반도 비핵화 해결 지렛대로 삼아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