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오는 4일 4년8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해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면세점과 화장품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흐름을 기대할 수는 있으나 사드 보복 이후 시장 상황이 크게 바뀌어 이전 '황금기' 시절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사드 보복 이전 한국 화장품 가게를 구경하는 중국 관광객. 사진/뉴시스
이전 'K뷰티' 열풍으로 중국에서 인기를 얻다 사드 보복 이후 급격히 성장세가 꺾인 화장품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만 기대감을 표출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한중 관계가 개선돼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면서도 "사드 이전에는 한국 화장품이 유행을 탔었지만 현재는 시장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라고 짚었다.
중국 사업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아 사드 보복 이후 LG생활건강에 업계 선두 자리를 내준 아모레퍼시픽도 면세 채널에서의 제한적인 성장만을 기대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꾸준히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큰 변화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라며 "이번 방한으로 좋은 결과가 있어 관광객이 늘면 면세 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점에 관광객들이 줄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면세업계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한령 해제 논의가 되면 단체관광객이 올 수 있다는 기대감은 갖고 있으나 보따리상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 만큼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본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을 오는 목적은 쇼핑이 컸는데 이제 (다이궁을 통해) 온라인에서 해결할 수 있다 보니 굳이 한국으로 올 필요성을 못 느낄 수 있다"라며 "여행은 다른 곳으로 가고 쇼핑은 온라인으로 하는 형태가 정착돼버렸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논의가 긍정적으로 흘러가더라도 단체 관광객 회복으로 이어져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국을 방문하던 중국 단체관광객들은 일본, 유럽, 동남아 등 타지로 발길을 돌렸으며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크루즈 노선이 사라지고 중국 내 여행사에서도 한국을 담당하는 팀이 사라지거나 축소돼 다시 상품을 만들고 모객을 하기 위해서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그럼에도 중국 단체 관광객은 면세 주요 고객이기에 업계서는 회복 시그널을 기대한다. 특히 사드 보복 타격을 크게 받았던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2년 넘게 상황이 장기화되다 보니 단체관광객이 들어오는 등 실질적인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왕이 외교부장은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하며 지난 2016년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처음이다. 왕 위원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오는 5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