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강경 투쟁 행보에 심재철 원내대표의 당내 활동 폭이 갈수록 좁아지는 모습이다. 지난 9일 경선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대략 2주일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초 심 원내대표는 김재원 정책위의장과 함께 대여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최근 황 대표의 국회 내 강경 투쟁으로 인해 원내 협상을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심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경선 당시 "싸워봤고 싸울 줄 아는 사람"이라며 "투쟁하되 협상을 하게 되면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 내주는 것은 줄이고, 최대한 많이 얻어내는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예산안 정국에서 패한 이후 사실상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에선 직전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왼쪽)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황교안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히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범여권의 불협화음을 방치한 채 당대표의 장외투쟁에 편승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 원내대표는 '아귀다툼' '여의도 타짜들' '의석 도둑질' 등 연일 거친 표현으로 황 대표의 강경 행보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도 모두 불참하며 원내 협상에도 거리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구를 270석으로 축소하고 비례대표를 없애자는 한국당의 당론을 강조하고, 선거법이 통과될 경우를 대비해 비례대표용 정당인 '비례한국당' 창당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며 심 원내대표 스스로 여야 협상을 차단하는 모양새다.
물론 황 대표만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내사령탑으로서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대표가 한국당 당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강경 투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원내대표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심 원내대표에게 투쟁하는 와중에도 여당과의 지속적인 협상을 기대하고 있다. 원내대표만이라도 의회주의에 입각해 협상에 최선을 다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국당의 강경 투쟁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희석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