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이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통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해에도 대여 강경투쟁 일변도로 나서고 있다. '국회의원 총사퇴' 카드를 꺼내든데 이어 3일에는 광화문에서 장외집회를 개최한다. 한국당이 '장외정치'를 총선까지 이어가며 지지층 결집과 여론전 극대화 등의 촉매제로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황교안 대표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 장외집회에 함께 하면서 국민의 힘을 보여줬던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 여러분, 이번에도 많이 참여해달라"면서 "문재인정권을 심판해 달라. 국민이 힘이고 국민이 심판의 주체다. 집회에 많이 참석하셔서 여러분의 힘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한국당은 3일 광화문에서 '2대 독재악법, 3대 국정농단 국민대회'를 열 것이라고 예고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일 오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당은 선거법과 공수처법 통과 이후 대여 투쟁 수위를 높이며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광화문 장외집회 개최 외에도 지난달 30일 공수처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국회법상 국회의원이 사퇴하려면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돼야 하고 회기가 아닐 때는 국회의장 결재가 필요하다. 한국당 의지만으로 의원직 총사퇴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지만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향한 강력한 항의의 표시로 읽힌다.
새해에도 한국당의 강경투쟁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올해 총선을 앞두고 당장의 외연확장보다는 집토끼 잡기가 시급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총선 전 보수 대통합 과정에서 한국당이 중도로 고개를 돌리기 전 자당 지지층을 확실하게 잡아두겠다는 의미도 있다. 실제 한국당의 장외투쟁 기간동안 지지층이 결집하며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며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지지율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한국당의 이같은 강경투쟁 행보가 국회 내 협상문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는 빌미를 주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내에서도 강경투쟁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된다. 강성 보수층 등 '집토끼'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중도층 외연 확장에는 도움이 되지않는 다는 지적이다. 장외집회 개최 등과 관련해선 오히려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를 챙겨야 하는 의원들이 각종 규탄대회와 농성에 동원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원직 총사퇴 결의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당내 반발이 일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도 핵심 지지층이 몰린 대구·경북 지역을 새해 첫 현장 방문 일정을 택하며 '집토끼 지키기'에 주력했다. 황 대표는 경북 포항시 북구의 포항지진피해 이주민 이주단지와 이주민 대피소를 연이어 방문하고, 이어 대구시당 강당에서 열리는 대구시당·경북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한국당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명칭을 '비례자유한국당'으로 정하며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착수했다. 이 역시 선거법에 반대하는 한국당의 지지층을 고려한 결과다.
당내에선 패스트트랙 정국 과정에서 보인 황교안 대표 체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총선 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상규 의원은 이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 지도부가 (보수 통합과 관련해)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당대표를 포함해 전 의원들이 자리에 연연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여 의원과 같은 날 불출마 선언을 낸 한선교 의원의 경우 "그분이 생각하는 길이 틀리지 않다고 느껴왔다"며 황 대표 체제에 힘을 실었다.
자유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