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서울역 역사 안에서 여성에게 묻지마 폭행을 가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30대 남성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가운데 누리꾼들의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법원은 경찰이 긴급체포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누리꾼들은 피의자 중심의 재판부 시각을 질타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긴급체포가 위법한 이상 그에 기초한 구속영장 청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모(32)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씨는 앞서 지난달 26일 오후 1시50분쯤 공항철도 서울역 1층에서 30대 여성의 얼굴을 때려 왼쪽 광대뼈 함몰 등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철도특별사법경찰대의 소극적인 수사로 초기 대응이 늦어졌는데, 언론 보도 이후 경찰이 이씨를 서울 동작구 집에서 긴급체포했다.
김 부장판사는 "긴급체포 제도는 영장주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 만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해 허용돼야 한다.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신원과 주거지 및 휴대전화 번호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피의자가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어 증거를 인멸할 상황도 아니었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긴급체포의 형식적 요건을 거론하며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부장판사가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라고 할 것인데, 비록 범죄 혐의자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주거의 평온을 보호받음에 있어 예외를 둘 수 없다"고 말한 부분이 누리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 중심의 사고관으로 너무 형식주의에 얽매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피해자는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는데 왜 피의자만 보호해 주냐"고 비판했다. 다른 누리꾼은 "피해자의 평온은 어찌할 것인가"라며 피의자 주거의 평온을 언급한 재판부를 비꼬았다. 또 다른 누리꾼도 "자고 있는 범죄자를 체포해서 주거의 평온을 해하였다고 영장 기각 했다"며 "집에 들어가기 전에 자고 있는지 알 수 있나. 자고 있으면 주무세요, 죄송합니다. 영장받아서 다시 오겠다하고 집에서 나와야하냐"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범죄사실이 존재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이미 다른 피해자들도 여럿 있었다"며 "그런데도 긴급체포가 위법이라면 그 법은 잔인하고 미치광이 같은 국민 한 명을 보호하기 위해 대다수의 국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형사소송법 200조에 따르면 긴급체포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법원의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하고 사후에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절차다.
서울역 폭행 피의자 이모씨.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