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한진칼(180640) 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회장 측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KCGI, 반도건설이 한진칼의 신주인수권을 시장가보다 비싸게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했다. 3자연합이 이번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보통주 보유 지분율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신주인수권의 몸값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그레이스홀딩스와 반도개발은 한진칼 신주인수권을 각각 80만주, 40만주 매수하겠다고 공시했다. 공매매수 목적은 ‘M&A(인수합병)’라고 밝혔다.
공개매수 가격은 신주인수권 1주당 2만5000원으로 현재 신주인수권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높다.
한진칼은 지난 6월 3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으며 BW에서 분리된 채권 ‘한진칼3’은 이달 3일에, 신주인수권 증권 ‘한진칼3WR’은 16일에 각각 채권시장과 신주인수권시장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이중 신주인수권인 한진칼3WR의 22일 마감가는 2만2900원이었으나 이날은 공개매수 호재에 2만3700원으로 출발해 2만4700원까지 올랐다가 2만3000원대 초반을 오가고 있다.
KCGI와 반도건설이 내건 공개매수가는 2만5000원이다. 현재 매매가와 차이가 있는데도 공개매수가격 근방까지 매매가가 급등하지 못한 이유는 공개매수 수량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레이스홀딩스와 반도개발 명의로 각각 80만주, 40만주, 총 120만주의 신주인수권을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에 발행된 신주인수권 363만6363주의 33% 비중이다. 공개매수에 응한 수량이 120만주를 넘을 경우엔 비율에 따라 매수할 예정이기 때문에 투자자들로서는 2만5000원에 넘기고 남을 신주인수권을 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개매수로 어느 한쪽의 지분이 월등하게 높아져 경영권 싸움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고, 남은 신주인수권도 엄연히 잠재적인 보통주이기 때문에 몸값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조 회장 측이 보유하고 있는 물량은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희박해 나중에는 일반 투자자들이 보유한 신주인수권이 경영권의 향방을 가르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공시에 따르면 신고서 제출일(23일) 현재 그레이스홀딩스는 신주인수권을 갖고 있지 않다. BW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반도개발(14만8745주)은 특별관계자를 포함해 44만6235주의 신주인수권을 보유, 전체 신주인수권의 12.27%를 보유한 상태다.
여기에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예고한 120만주를 더할 경우 3자연합 측이 갖게 되는 신주인수권 물량은 총 164만6235주가 된다. 전체 신주인수권의 45.27%다. BW 발행을 일반공모를 통해 진행했기 때문에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하는 신주인수권을 전부 행사할 경우 제3자연합 측의 보통주 지분율은 지금보다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주인수권 행사는 8월3일부터 시작된다.
3자연합은 공개매수 설명서를 통해 “이번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한진칼 주식 2676만3584주와 신주인수권증권 164만6235주를 소유하게 되며, 8월3일 이후 필요에 따라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지고 보면 이들이 신주인수권을 2만5000원에 사는 것은 현재 9만원대 초반인 한진칼 주식을 10만7500원 주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식을 받기 위해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려면 주당 행사가액 8만2500원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
하지만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입장에서, 행사가액을 조달하는 것은 나중에 걱정할 문제이고 지금은 주당 2만5000원에 보통주 1주의 권리를 미리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행사가액을 BW에서 분리된 채권 ‘한진칼3’로 대용납입하는 것도 가능해 신주인수권 행사 시 필요한 자금을 줄일 수도 있다.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을 채권으로 납입할 경우 액면가로 평가되는데, 현재 한진칼3 채권이 액면가보다 싸게 거래되고 있어서다.
한진칼3은 채권시장 상장 첫날 9453원까지 하락했다가 점차 회복세를 나타내며 이날 오전 9800원까지 올라섰다. 이 채권을 9800원에 사도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면서 대용납입하면 1만원으로 쳐준다. 이 때문에 상장 직후 급락했던 채권가격이 빠르게 회복했을 가능성이 높다.
3자연합 측이 예고한 신주인수권 증권 공개매수는 오늘부터 시작돼 8월12일까지 진행된다. 사무취급자는 BNK투자증권이다. BW 공모를 진행한 곳이 유진투자증권이었고, 또 신주인수권이 상장된 뒤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각자의 증권사에 신주인수권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공개매수에 응하려면 BNK투자증권 계좌에 입고한 뒤 응해야 한다. BNK투자증권 계좌가 없다면 새로 만들어야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