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최근 한반도를 뒤덮은 집중폭우로 북한의 수해피해가 역대 최고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재난재해분야의 인도적 협력을 통한 남북 대화의 마중물을 삼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북한 노동신문 등에 따르면 강원도 평강군에는 이달초 한 주간 800㎜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황해도와 평안도 일부 지역도 600㎜가 넘는 비가 내렸다. 이는 북한 연평균 강수량(960㎜)과 맞먹는 수준이다. 여기에 5호 태풍 '장미'의 북상 소식도 가중되고 있다.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도·평안도 수해피해로 인한 농작물 생산 타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울러 국제사회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방역, 수해피해, 식량 부족, 전염병 우려까지 '5중고'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일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수해 현장 방문을 통해 '애민 지도자상'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수해를 남북 공동의 재앙으로 지목하면서도 남북 간 대화 물꼬에 기대감을 갖는 분위기다. 지난 1983년 '아웅산 테러사건'으로 최악을 사태를 맞은 양측 관계가 이듬해 북한의 수해물자 제안과 전두환 정부의 이례적인 수용을 계기로 풀린 과거 사례도 있다.
더욱이 통일부가 지난 6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세계식량계획(WFP)인 '북한 영유아·여성 지원사업'에 1000만 달러(약 120억원) 지원을 의결하면서 관계 개선에 고삐를 죄고 있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과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북측의 사전 통보 없는 임진강 황강댐 수문 개방에 '공개 유감'을 표명한 만큼, 북측 태도에 대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복합 메시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인영 장관은 "정치·군사적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인도적 분야와 남북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에 있어서는 최소한의 소통이 즉시 재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홍수 피해 현장을 방문해 유사시에 사용하기 위해 비축한 전시 예비 물자와 식량을 수재민 지원에 활용하도록 지시했다고 7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