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삼성전자(005930)의 이번 버라이즌과 8조원대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공급 계약은 세계 최대 이동통신시장 미국에서 따낸 '빅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세계 1위 업체의 선택을 받음으로써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앞으로 치고나갈 교두보를 만들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이번 계약은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민간 광대역 무선서비스(CBRS) 주파수 경매가 있은 뒤부터 어느정도 예견됐다는 게 중론이다. CBRS은 일반 기업들이 미국 군사용 주파수인 3.5GHz를 5G망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경매 후 그간 주파수 부족을 이유로 5G 통신망 확대를 주저하던 미국 이동통신사들의 대대적인 투자가 예상됐다. 실제로 버라이즌이 주파수 확보 직후 삼성전자에 대형 계약을 안기면서 예상은 곧 현실이 됐다.
이전부터 업계는 미국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를 후보군에서 제외한 채 버라이즌의 새 파트너로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 등을 거론했다. 화웨이 대신 에릭슨·노키아 등의 장비를 쓰는 것으로 알려진 버라이즌의 점유율을 삼성전자·에릭슨·노키아 등이 나눠가질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버라이즌이 삼성을 선택한 데에는 지난 2018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5G 통신장비 확대를 차세대 미래 먹거리로 점찍는 등 최근 2년간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삼성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철저한 준비와 적극적인 투자로 타 업체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이번 결과를 이끌어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인공지능(AI)·전장부품과 함께 5G를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180조원 투자계획을 밝히는 등 크게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일본 NTT 도코모·KDDI 본사를 직접 방문한 뒤 KDDI 5G 기지국 장비 공급 계약을 이끌어내는 등 직접 발로 뛰며 5G 장비 공급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월 수원사업장에서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와 5G 장비 생산 시설을 둘러본 뒤 미소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최근 1년 사이 삼성전자가 계약한 업체의 면모만 봐도 지난해 12월 캐나다 비디오트론, 2월 미국 US셀룰러, 3월 뉴질랜드 스파크, 6월 캐나다 텔러스 등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삼성전자는 유럽 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고 미국 일부와 일본 KDDI, 인도 2개 업체 정도와 계약을 맺었다"라며 "5G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가운데 이번에 그간 없었던 빅딜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약 3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으로 세계 기지국 투자의 20~25%를 차지한다. 버라이즌은 이 가운데서도 1위 사업자로 2억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미국 다른 통신업체와 대형 계약이 이어지는 등 파급 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우선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델오로가 발표한 지난 1분기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35.7%), 에릭슨(24.6%), 노키아(15.8%)에 밀려 4위(13.2%)에 그친 삼성전자의 전체 시장 점유율이 이번 '잭팟'을 발판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기존의 버라이즌 관련 에릭슨과 노키아의 비중과 전체 시장 점유율은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이동통신 장비 계약은 하나의 업체만 대상으로 하지 않고 복수로 3개 업체 정도가 참여하는 구조"라고 "특정 기업이 계약을 독점했다고는 볼 수 없는 만큼 삼성과 타 업체와 경쟁 구도는 계속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