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 회장, 우리금융 사실상 인수포기..왜?

내정후 주가하락세 부담에 "집안 먼저 살펴야" 여론
"당국에서 조정 나선 것 아니냐?"관측도

입력 : 2010-06-25 오전 9:29:59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어윤대 KB금융(105560)지주 회장 내정자가 사실상 우리금융 인수를 포기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회장 내정 이후 관치 논란으로 주가가 하락세를 보여 부담을 느끼고 KB금융 내부 문제를 선결 과제로 삼았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잇다.
 
◇ 우리금융 인수 '포기'(?)
 
어 내정자는 25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향후 2년간 인수합병(M&A
)에 나서지 않겠다"며 "KB금융과 우리금융(053000)과의 합병 문제는 앞으로 고려할 수 있는 선택 중 하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금융 매각 공고는 이르면 이날 늦어도 이달말 공개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해 내년 중에 매각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어 내정자가 "2년간 M&A에 나서지 않겠다"고 이날 깜짝 발언한 것은 사실상 우리금융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소지가 충분하다. 
 
여기에 KB금융 회장 임기는 3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 내정자가 차기 회장으로 연임하지 않는 이상 KB금융은 당분간 M&A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어 내정자는 지난 15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회장으로 내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에 관심이 있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때문에 이같은 결정에 윗선(?)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 주가 부담에 관치 논란까지..'엎친데덮친격'
 
어 내정자는 "주가 가치를 개선시킬 수 없다면 내가 회장직을 그만 둬야 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에게 KB금융이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회장 내정 직후 하락세를 보이는 최근 KB금융의 주가 흐름과 무관치도 않다. 외국인들이 '관치 논란'을 들어 KB금융에 대해 최근 매도세를 보이는 등 부정적 주가 흐름이 계속 됐었다.
 
◇ 어 내정자 취임후 KB금융 주가 흐름. 15일 내정에 이어 16일 KB금융 주가는 전날 5만1200원에서 4만9750원으로 2.83%가 빠졌다. 기관과 외국인들이 모두 2백만주 넘는 주식을 16일 매도했다. 
 
KB금융 내부 문제가 먼저라는 해석도 나온다. KB금융은 KB국민은행이 지주 순익의 9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순익 구조가 경직돼있다. 여기에 은행 마저 자산이익률, 자기자본이익률 등에 있어 다른 시중은행과 현격한 차이가 난다.
 
우리금융지주와 합병해도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우세했다.
 
지난 21일부터 계열사 임원들에게 보고를 받는 등 비공식 업무에 들어가면서 결국 어 내정자가 'KB금융 내부 문제가 먼저'라고 생각을 바꿨을 가능성이 크다.
 
어 내정자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본점 직원을 영업점으로 보내고 모바일 뱅킹을 포함한 수수료 수입을 강화해 지금보다 기업 가치를 적어도 30% 이상 높이겠다"고 말했다.
 
◇ 금융당국 뒤늦게 우리금융 민영화 '교통정리'(?)
  
일각에서는 고위층과 금융당국 간에 은행 합병과 관련된 모종의 협의가 있었을 거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M&A의 중심에 서있는 어윤대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053000)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은 모두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를 나왔고 서로 막역한 사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를 두고 김승유 회장은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왔는데 취임 후 어 내정자가 우리금융에 관심을 내비치자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7일 "금융권에 45년 몸담았다"며 "인수합병에서 상대를 지칭해 말하는 건 잘 모르는 소리"라며 어 내정자를 비판했다.  또 "하나금융의 M&A의지는 확고하다"며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과 논리가 중요하다"며 사실상 특정 은행에 유리하게 진행되는 방식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같이 서로 간에 불편한 심기가 드러나면서 금융당국이 뒤늦게 교통정리(?)에 나서면서 어 내정자가 결국 M&A를 포기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은행 대형화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며 KB금융의 우리금융 인수 시도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고대 출신 금융권 3인방 중 김 회장이 MB와 가장 근거리에 있다는 점도 우리금융 민영화가 하나금융쪽으로 기우는 또 다른 이유다.
 
결국 우리금융 M&A는 KB금융지주가 사실상 포기 의사를 보임에 따라 하나금융지주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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