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 되면서 한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전형적인 민주당 노선을 따르는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바이든 경제정책)'의 재정지출 확대로 미국 성장률 개선과 세계 교역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 세계 교역물량이 증가할 경우 한국 수출 등 성장률 영향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대내외 경제연구기관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시 트럼프 당선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1~0.4%포인트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금융경연연구소는 바이든 행정부의 지출확대로 한국GDP 성장률에 직접효과 0.1%포인트, 간접효과 0.2%포인트로 총 0.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2조2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이 실현되면, 트럼프 재집권에 비해 내년 미국 GDP 성장률이 1.2%포인트 내외 높아지고 전세계 교역물량도 0.4%포인트 내외 늘어날 것으로 예측해서다. 또 미·중 무역갈등과 관련한 불확실성 완화가 국내 투자와 소비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세계 교역물량 1% 상승은 국내 GDP를 0.26% 높이는 것으로 추정했다.
KB경영연구소도 바이든 당선 때 미국 경기부양과 글로벌 교역량 개선 등으로 우리 경제 성장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상원 공화당-하원 민주당 시나리오가 현재의 트럼프 대통령-상원 공화당-하원 민주당 시나리오보다 우리 경제 성장률이 0.1%포인트, 총수출은 2%포인트 개선되며, 바이든 대통령과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이 모두 가져가면 우리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총수출은 2.7%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도 바이든이 총수출 증가율은 0.6~2.2%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1~0.4%포인트 상승압력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기조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미국의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정부의 감세정책과 달리 법인세를 28%로 인상하고 소득세 최고세율 39.6%를 재도입하는 부자증세를 내세웠고, 청정에너지 인프라 분야에 4년간 2조달러를 투입한다고 강조해왔다. 무디스 애널리스틱스는 대규모 국내 경기부양책과 확장재정이 이뤄지고, 당선과 함께 상하원을 장악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2030년까지 향후 10년간 미국의 연평균 GDP 성장률은 2.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재선의 경우 2.4%에 그친만큼 미국 경제성장에 훨씬 이득이 될 것으로 본 것이다. 또 골드만삭스, 시티 등 해외IB 등은 내년 성장률만 놓고 봤을 때 바이든 정책이 트럼프보다 평균 1.2%포인트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외환시장 측면에서도 바이든 정부의 출범은 우리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파월 의장을 비롯한 미 연준과 꾸준히 갈등을 빚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은 통화당국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연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할 것으로 보여 예측가능한 정책을 쓰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될 측면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가 수입 관세를 즉각 철폐·인하하지는 않겠지만 통상정책의 불확실성은 트럼프 행정부보다 완화될 전망이다. 또 국제보건기구(WHO) 재가입을 천명한 바이든 행정부가 글로벌 리더쉽을 발휘해 코로나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를 도출한다면 국내 경제에 대한 긍정적 효과가 보다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간 경직됐던 통상환경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연구위원은 "상대국에 대해 미국의 이익을 앞세워 일방적인 요구를 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이고, 협상과 설득의 여지가 트럼프 임기 때보다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바이든의 무역·통상정책은 또 한번의 방향전환이 예상되는데다 정치와 통상의 분리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어 불확실성이 더 커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대중국 강경정책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어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 압박이 심화할 우려가 커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과 어떻게 하면 글로벌 가치사슬 연계도를 높일 것이냐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특히 최근 상황이 IT업종이 늘어나고 있는데 대중 수출은 줄겠지만 ICT부분에서 오히려 중국이 수출을 못하는 만큼 수출 품목과 시장을 다변화해 수출 산업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비가격경쟁력 제고를 통한 수출 확대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구상 대외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중국을 배제한 자국 공급망 구축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우리가 강점을 가진 반도체,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협력이 가능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하늬·정성욱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