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해 "미국이 규칙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바이든 당선인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대중국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16일 기자회견에서 RCEP과 관련한 질의응답에서 "미국은 전 세계 무역 규모의 25%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다른 국가들이 결과를 좌우하게 하는 대신 우리가 국제 무역 규칙을 설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의 경제 회복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바이든 당선자가 경계심을 드러낸 RCEP은 한국을 비롯해 아세안 10개국과 중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 15개국이 지난 15일 서명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청와대를 비롯해 협정 체결국 정부는 RCEP이 중국이 아닌 아세안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무역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 경쟁과 맞물려 사실상 중국이 주도했다고 평가한다.
바이든의 발언은 다른 민주주의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세계무역 질서에서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자국 이익을 앞세워 고립주의로 선회한 트럼프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하면서 미국을 필두로 한 민주 진영의 협력체가 사실상 없어졌기 때문이다. TPP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내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결성된 12개국 협력체다.
앞서 바이든 당선인은 올 1월 말 '왜 미국이 다시 세계를 리드해야만 하는가'라는 기고문에서 "미국과 동맹국과 합치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연합체가 된다"면서 "미국이 환경·노동·무역·기술 및 투명성 관련 규칙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외신들을 중심으로 RCEP 견제를 위해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후 TPP 복귀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이날 자리에서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바이든 당선인이 대중 강경 방침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 2018년 3월부터 시작된 미중 갈등은 더욱 장기화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중국 기업과 정부 유관 기관, 당국자들을 상대로 더욱 강력한 무역 규제와 제재 조치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블룸버그통신이 개최한 '신경제 포럼'에 참석해 "미국과 중국이 협력적 행동을 하지 않으면 세계는 1차 대전과 유사한 재앙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닉슨 행정부 시절 미·중 수교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인물로, 미중 갈등의 완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