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관련해 "피해 입은 기업이 쉽게 배상받을 수 있게 입법과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해달라"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피해 기업 손해액 산정 방식을 질문하고 "기업이 피해액을 입증하는데 애로가 많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개정안은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기술자료를 제공하는 경우 비밀유지계약 체결 의무화 △중소기업의 권리구제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손해 시 피해기업에 3배 이내 배상책임)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6건, 일반안건 2건이 의결됐고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IACC) 개최 계획'도 보고됐다. 문 대통령이 박 장관 등 주무부처 장관들에게 민생 관련 안건을 세밀히 점검하고 당부하면서 안건심의에만 1시간 이상 시간 걸렸다는 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관련해 “피해 입은 기업이 쉽게 배상받을 수 있게 입법과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해달라"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사진/청와대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군용 비행장 및 군 사격장 주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소음 피해 보상금 지원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시행령안을 설명했다. 별도의 소송 없이 소음영향도 조사 등을 통해 피해 지역 실거주자로 인정되면 매월 3만~6만 원의 보상금을 받게 되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시행령 대상의 군 사격장에 주한미군도 포함되는가", "(포항의)아파치 헬기사격장 문제도 시행령으로 해결이 가능한가"라고 재차 확인했고 서 장관이 "소음 피해 지역은 해당이 된다"고 답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안건을 의결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유해물질 사용제한 제품'(전기전자제품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제품 생산 시 납, 수은 등 유해물질의 함유기준을 지키도록 제한하는 제도)에 제습기, 러닝머신, 공유기 등 23종을 추가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설명했다. 또한 수돗물 사고 신속 대응을 위해 사고현장에 지방환경청장을 현장수습조정관으로 파견하는 내용의 시행령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시행령 이전에는 어떻게 처리됐는가.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이 개발돼 애용되고 있는데, (법이 없으면) 유해물질 사용제한 제품임에도 여러 해 유통되어 왔으면 문제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조 장관은 "유통량을 관리해 왔다"면서 "신제품 등의 경우 신속히 관리기준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은 "그(신제품 개발) 속도가 점점 빨라질 것이다. 뒤쫓아 가서 규정을 만들고, 그때까진 공백상태로 있어선 안 된다"며 "유해물질 사용제한제를 적용할 제품은 시행령 제정 전이라도, 어떻게 하면 제도 내에서 공백상태를 막을 수 있는지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일부 지자체에서 수돗물 유충 또는 붉은 수돗물이 나온 적이 있는데 이번 시행령이 그런 문제의 해법이 되는지"라고 문의했다.
조 장관이 "노후 상수관 관리 대책은 별도로 발표했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간 지자체의 수돗물 사고는 지자체만으로 대응하니 해결하는데 긴 시간이 걸린 것"이라며 "환경부도 지원해서 해결 시간을 단축하고, 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파트 단지 내 교통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대상(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단지, 150세대 이상 주상복합건물 등)과 시설물(과속방지턱, 도로반사경, 어린이안전구역표지 등)을 규정하는 '교통안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시행령에 의해 교통안전시설이 의무화 됐는데, 이 시행령은 오로지 안전시설 설치에 관해서만 규정을 하는건가"라고 물었다. 김 장관은 "안전시설 설치에 대해 규정을 하고 있으며, 도로교통법규가 적용되기 때문에 단속처벌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단지 내) 교통사고 자체에 대해서요?"라고 재차 확인했고, 김 장관은 "도로교통법규가 적용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했고,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제안설명에도 문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이어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신청 및 지급이 끝난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우 미신청액이 2508억 원으로 집계됐다. 미신청액은 기부로 간주하는 '의제기부금'에 포함된다.
문 대통령이 "국민들의 귀중한 기부금인데, 고용보험기금에 편입되고 나면 어떤 목적과 용도로 사용되는가"라고 묻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유지장려금, 고용촉진장려금 등으로 쓰인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의제기부라고 할지라도 국민이 기부한 소중한 돈"이라면서 홍 부총리와 이 장관에게 "국민에게 감사를 표해 주시고, 좋은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려달라"고 지시했다.
이밖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오는 12월1일부터 4일까지 열리는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IACC) 개최 계획'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들어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가 2017년부터 3년째 상승하는 등 반부패 수준에 대한 국제평가 순위가 올라 갔다"면서 "이번 회의 개최를 계기로 반부패, 청렴성, 나아가 공정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착용하고 있는 마스크가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작한 '암행어사 마스크'라고 소개한 뒤 국무위원들에게 "다들 착용해 보시죠"라고 권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선 '웹툰 마스크'를 착용하고 국무위원들에게 소개한 바 있다.
이날 국무회의 모습에 대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질문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이례적이라기보다는 일상적인 것"이라면서 "국무회의 안건이 지난 회의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었는데도 문 대통령이 민생과 관련한 안건 하나하나를 세밀히 점검 확인하고, 당부하는 바람에 안건심의에만 1시간 이상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관련해 “피해 입은 기업이 쉽게 배상받을 수 있게 입법과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해달라"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