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자" 막차 수요·'빚투' 열풍에 가계빚 최대

주택매매 30.9만호 늘고 전셋값 폭등
풍선효과로 일반 신용대출로 몰려
동학개미 신용공여 3.8조 증가

입력 : 2020-11-24 오후 5:40:12
[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부동산 구입을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영끌', 빚내서 주식투자에 나선다는 '빚투' 수요가 맞물리면서 우리나라 가계 빚이 1682조원으로 최대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주택담보대출이 17조원 넘게 급증했고,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빌려준 신용공여액도 4조원에 육박했다.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는 환경이 계속되는 한 이같은 투기 수요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 자료를 보면 가계신용 잔액은 168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역대 최대치로, 직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분기보다 2.7%(44조9000억원) 증가한 수치였다. 
 
가계신용이란 가계가 은행, 보험사, 대부업체, 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다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을 일컫는다. 
 
'영끌'에 '빚투'…생활자금 수요 '증가'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158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890조4000억원) 및 일반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등을 의미하는 기타대출(695조2000억원)은 모두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 
 
주담대의 경우 3분기에 2분기보다 주택매매, 전세 거래량이 늘어난 영향으로 수요가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늦게 전에 집을 사려는 수요에다 전셋값 폭증에 따른 자금 마련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2분기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29만6000호에서 3분기 30만9000호로 증가했다. 전국 주택 전세거래량도 31만1000호에서 32만호로 늘었다. 주담대는 연초이래 34조9000억원이 늘었다. 
 
기타대출 규모도 지난해 연중 증가액(23조1000억원)에 맞먹는 22조10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택 매매 및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데 비해 정부가 주담대를 옥죄자 풍선효과로 신용대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주식 투자 열풍에 빚을 내려는 수요도 적지 않았다. 증권사 신용공여액은 3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2분기의 7조9000억원에 비해서는 증가폭이 다소 줄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3분기 중 주택매매, 전세거래량이 앞선 2분기, 작년 3분기보다도 늘었다"며 "주택 자금 수요에도 주식 자금 수요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도 증가해 기타대출이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양'보다 '질' 문제…"앞으로 증가할 것"
 
가계부채가 전례 없는 속도로 늘면서 우려감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저금리 상황에 무턱대로 가계가 빚을 늘렸다가 상황이 반전돼 금리가 오를 경우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진단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증가세는 저금리 상황하에서 피할 수 없는 공식과 같은 것이라며, 문제는 가계부채 증가세보다는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가계부채는 빚을 갚아야 줄어드는 것인데, 빌리는 수요가 더 많아지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며 "문제는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인데, 소득 중·하위층에서 근로소득, 자영업자의 소득, 투자자산의 증가 등의 수치가 좋지 않아졌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전에도 상위층과 중·하위층의 격차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코로나19로 둘 사이의 격차가 빠르게 커졌다"고 부연했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저금리 상황을 벗어나지 않는 한 선택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저금리 상황에서 가계 빚이 느는 것은 방법이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며 "경기가 회복된다는 신호 이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 한 가계부채 증가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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