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쓰레기 어디로)②외부 싸움 앞서 광역단체 '내홍' 겹쳐…"'집안단속'부터 해야"

"확충 필요하지만 내 지역 안돼…매립 조성 부지 도출 조차 어려워
전문가들 "'직매립 금지' 조치 시급"

입력 : 2020-12-0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수도권의 각 지방자치단체는 매립지나 소각장 같은 처리시설 신설을 추진해 안정적인 처리 과정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번 수도권매립지 문제와 같은 단기적인 이슈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쓰레기 대란'을 막으려는 취지다. 하지만 각 지역 내부 반대에 부딪혀서 좀처럼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달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위원회 위원을 위촉하고 회의를 연다. 오는 2021년 3~8월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용역을 시행할 예정이기도 하다.
 
현재까지는 조성 부지를 도출하기가 힘겨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지난 2005년 마포자원회수시설 완공 이후 여태까지 5번째 광역 단위 소각장을 짓지 못하고 있다. 금천구 쓰레기는 사실상 포화 상태인 4개 소각장을 거치지도 못하고 전량 수도권매립지로 향할 정도지만, 수차례 공모에도 광역 소각장은 주민 반대에 무산되고 있다.
 
공론화를 위해 지난 9월 진행한 서울 시민 의식조사에서 응답자 85.8%는 쓰레기 처리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본인 거주지 조성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이 49.9%로 급감하고 반대가 49.5%로 팽팽했다. 공론화 결과는 이번달 나올 예정이다.
 
외려 양천구 주민 2만여명이 서울시의회에 폐쇄 청원을 내는 등 기존 소각장의 입지마저 위험한 상황이다. 최신구 청원 대표자는 "양천 소각장은 환경부의 소각시설 내구·사용연한 15년을 넘어 무려 30년 이상을 가동하고 있다"면서 "33년간 고통을 겪은 지역 주민들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리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청원자들은 연세대 환경연구소 용역 결과와 미국 EPA 기준을 들어 소각장 피해 영향권이 최소 2.5km라고 주장했다. 영향권 내에 아파트 4만2989세대, 초·중·고 24곳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동안 비슷한 내용의 민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서울시는 배출 가스에서 유의미한 오염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
 
처리 쓰레기 수량은 막대하다. 서울시의 오는 2021년 목표 폐기물 배출량은 102만9201톤이며 이 중 자체 소각량을 제외하고 수도권매립지로 가는 량은 26만287톤이다. 지난 2017년에서 지난해까지의 평균 배출량 108만3384톤에서 5% 줄여야 하지만 서울시 내부에서도 쉽지 않은 목표라고 여기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소각시설 신·증설에 대해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당초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광명·화성·이천 등은 광역시설을 확장하거나 기존 시설을 광역시설로 전환하고 용인·고양·의정부·안산 등은 증설 및 신축하는 정책을 추진하지만 주민의 반대로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
 
인천시 역시 자체 매립지인 '인천 에코랜드'를 옹진군 영흥도에 짓기로 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앞서 장정민 옹진군수는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지 선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1일부터 단식농성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옹진군의회에서도 매립지 조성계획 철회 촉구 서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인천시가 운영 중인 '인천은 소통e가득' 온라인 시민청원에는 '영흥도 쓰레기매립지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청원을 올린 윤모씨는 "이미 영흥도로 진입하고 나가는 교통 문제와 더불어 화력발전소로 인한 피해 그리고 인천행정에서 먼 곳에 위치해 영흥도 주민들이 매일 같이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데 이곳을 쓰레기 매립지로 선정하다니 이는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통도 제대로 발전 되지 않아 매일 같이 고통을 받는 영흥도 주민들에게 쓰레기 차까지 받으라니, 이건 지역 주민들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인천시는 지난 30일 옹진군에 조성 사업 관련 주민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상태다.
 
결국 수도권매립지 갈등을 매듭지으려면 각 지역 '내부 단속'부터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직매립 금지' 위한 각 지역별 조치를 지금 당장 취해야 한다"며 "인천시와의 수도권매립지 논의를 위한 최소한의 명분"이라고 말했다.
 
30일 오전 인천시청 출입문 앞 계단에서 소각시설 후보지 인근 지역 주민단체 회원이 아이들이 직접 그린 소각장 반대 포스터를 늘어놓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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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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