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앞두고 당 소속 의원들에게 "제가 여기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안주하려고 온 사람이 아니다"라며 "목표한 바를 꼭 실행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 반발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대국민사과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국민 마음을 돌려서 다시 한 번 이 나라를 정상화시키는 기회를 잡을 것인지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회 마련이 결국 내년 4월7일 보궐선거다. 이 기회를 놓치면 과연 국민의힘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겠느냐 하는 생각을 한다"며 "여러분이 다소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당이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도록 협력해달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기 위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위원장은 앞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예고했다. 김 위원장의 의원총회 발언은 당 안팎에서 반발이 확산하자, 내년 4월 보궐선거의 승리를 위해 사과가 필요하다는 자신의 뜻에 힘을 실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당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대국민사과 추진에 동의하는 의견이 나왔다. 박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잘못에 대한 사과와 책임없이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다시 받을 수 있겠느냐"며 "모두의 생각이 다르겠지만 잘못에 대한 반성은 보수의 참모습"이라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은 "또 다시 탄핵을 두고 분열을 조장한다면 이는 문재인정권의 집권 연장을 돕게 될 뿐"이라며 "탄핵의 강을 건너 정권교체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대국민사과에 대한 반발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대국민사과에 대해 "오늘 그 이야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이슈를 흩트린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위원장은 수시로 '직'을 던지겠다하시는데 그것은 어른의 자세가 아니다. 배수진이라고 할 만큼 위협적이지도 않다"며 이틀 연속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원외 인사들도 김 위원장 비판에 나서고 있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사과는 김종인 위원장이 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자리를 이용해 당을 더불어민주당에 갖다 바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