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삼성 계열사 가운데 가장 먼저 단체교섭을 벌였던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과 회사 측이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노조의 사내 홍보 활동과 타임오프제(노조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등 11개 조항과 관련해 여전히 의견이 갈리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 8일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중앙노동위는 노조와 사용자 간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불일치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한 조정안을 제시한다. 노조나 사측이 주로 단체협약이나 임금협약을 갱신할 때 신청한다.
소송 제기 이전 반드시 조정 절차를 밟도록 한 국내 '조정전치주의'에 따라 노조는 파업 등 쟁의행위에 돌입하기 전에 반드시 중앙노동위 등의 조정을 거쳐야 한다. 만약 중앙노동위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는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전체 임직원의 약 10% 수준이나 조정 중지 시 신청 이전보다 협상대 위 발언에 무게가 더 실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관계자는 "현재 8차 본 교섭까지 진행했으나 151개 단체협약 조항 가운데 마지막 11개 조항을 놓고 사측과 의견 대립이 팽팽해 중앙노동위에 조정을 신청하게 됐다"며 "회사는 사무실 제공과 같은 기본적인 사항에만 합의했을 뿐 사업장 내 노조원 가입 권유 배너 설치를 막고 타임오프제도 법정최소시간만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회사는 관련법과 절차를 준수하며 단체교섭에 임하고 있고 임직원들의 의사를 존중하며 미래지향적인 노사관계를 위해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지난 2월 공식 출범한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5월 사측과 만나 첫 단체교섭을 벌였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삼성 계열사의 첫 단체교섭이었던 만큼 업계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7월 5차 본 교섭이 결렬된 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중앙노동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후 양측은 협상 끝에 아산사업장 내 노조 사무실 제공, 교섭기간 내 노조 유급 전임자 2명 인정, 회사 내 정당한 노조 활동 인정 등에 대해 임시 합의했고 노동쟁의 조정은 취하됐다. 하지만 다시 의견 차이로 인해 중앙노동위 조정안을 받게 됐다.
이 부회장은 5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삼성의 노사문제는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간 삼성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더는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노사 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삼권을 확실히 보장해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해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