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자 추천 의결 효력을 두고 야당 추천위원과 공수처 후보추천위원회가 7일 법정에서 맞붙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안종화)는 이날 김 후보자 추천 효력을 멈춰달라며 야당 측 추천위원 이헌 변호사와 한석훈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가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심리는 한 시간만에 끝났다. 재판부는 이날 심리를 마지막으로 양측 의견을 검토한 뒤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심리에서 이 변호사 등과 위원회 측은 김 후보의 공수처장 임명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인지, 신청인에게 원고 될 자격이 있는지(원고 적격성), 김 후보자 추천 의결이 행정처분에 속하는지(처분성), 야당 측 위원의 새 인물 추천이 진행되지 않은 점이 위법인지 등을 다퉜다.
심리 직후 신청인 이헌 변호사는 해당 의결이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위원회 주장에 대해 “그건 행정법학에서 기본인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과거 권위주의 시대 때는 굉장히 좁게 해석했지만, 국민의 권리 구제 의식이 굉장히 넓어진 현대사회에서는 처분이나 당사자 적격 부분에 대한 부분이 굉장히 넓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 추천위원의 비토권을 ‘개인적인 공권’으로 정의했다. 여기에는 개인적 권리와 공적 권한이 함께 담겨 있어, 행정소송으로 다룰 수 있는 사안이라는 논리다.
개정법에 따라 야당 측 위원의 비토권이 인정되지 않는 점은 위헌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한석훈 교수는 심리 직전 “경기 진행 중에 질 것 같으니 이길 수 있는 규칙으로 바꿔서 경기를 지속한다면 선수들의 신뢰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그 규칙은 다음 경기 때부터 실행해야지 그 경기 때 적용하는 건 상식에 반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을 우리 헌법에서는 ‘신뢰 보호의 원칙’이라 부른다”며 “(김 후보자 추천 의결은) 법치주의 원리를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원회 측은 이번 사건의 본안 소송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위원회 측 대리인 최주영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고 현행법 체계에 맞지 않는 잘못된 소송”이라고 말했다. 근거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신뢰 보호 원칙에 대해서는 “그건 헌법소원이나 위헌재청사건의 쟁점”이라며 “그 쟁점 자체가 이 사건에서 아주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앞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8일 6차 회의에서 공수처장 최종 후보에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선정했다. 두 사람 모두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추천했다.
당시 회의에는 추천위원 7명이 모두 참석했다. 하지만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이 ‘정치 중립을 지킬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퇴장해 5명이 진행했다.
개정 전 공수처법은 추천위 의결정족수를 추천위원 7명 중 6명으로 규정했다. 반면 4차 회의 후 공포된 개정 공수처법은 의결정족수를 추천위원 7명 가운데 5명으로 줄였다. 야당 추천 몫인 2명이 후보를 반대해도 공수처장 추전이 가능한 구조다.
이에 이 변호사 등은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아 지난달 30일 추천의결 무효 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신청인들은 전날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재판부가 해당 법률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상대 추천 집행정지 1차 심문기일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야당 측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