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내들었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지기반인 광주를 찾았지만 환영받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론에 선을 그으면서 헤프닝으로 일단락 됐지만 대권가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8일 이 대표는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며 지난해 국회에서 5·18 관련 특별법을 제정한 것에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특히 5·18묘지 제2묘역 개선에도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5·18묘지 참배에 앞서 지역 최대 전통시장인 양동시장에 들러 상인들을 만났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들렀던 국밥집에서 점심을 먹기도 했다. 사실상 대권 행보의 연장선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이날 이 대표의 광주 방문은 사면론 등 여파로 지지율일 흔들리면서 텃밭을 다지는 민생행보를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다음 달 설 명절 전에도 지지 기반인 전남을 찾을 예정이다.
이 대표는 대권 가도를 위해 국민 통합이라는 미명 아래 사면론을 꺼내들었지만 오히려 악영향만 미치고 말았다. 5·18민주묘지 방문 당시 이 대표 주변에는 광주 시민들이 사면론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기도 했다. 사면론의 여파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실제로 당내에서도 사면론을 놓고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맞서며, 당원들 사이에서는 투표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참배 직후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 대통령 말씀으로 그 문제는 매듭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면론에 대해 거론할 시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다만 사면론의 대전제로 '국민적 공감대'가 우선이라고 밝혀 민주당이 사면론 수습을 위해 강조했던 국민 공감과 사면 당사장의 진정한 반성 촉구와 상통시켰다.
민주당 역시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국민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씀을 공감하고 존중한다"며 "연초에 당 지도부는 당사자의 진정한 반성과 국민 공감대는 중요하다는 의견을 모은 바 있고, 대통령의 말씀은 당 지도부의 입장과도 일치한다"고 사면론을 매듭지었다.
하지만 야권은 사면론의 필요성을 대두하고 나섰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통합도 소통도 없었다"면서 "전직 대통령 사면을 국민들 공감대에 미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면의 권한과 책임은 국민이나 야당, 구속 중인 전직 대통령들에게 미룰 일이 아닌 국민 통합의 최고책임자, 바로 대통령의 결단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오월영령을 참배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