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사전 조율' 없는것이 꼭 최선은 아니다

이성휘 정치부 기자

입력 : 2021-01-19 오전 6:00:00
문재인 대통령의 18일 신년 기자회견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사상최초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됐다. 청와대 관계자들과 춘추관 출입기자단은 주말을 반납하고 4차례에 걸친 사전 리허설을 통해 기자들의 온라인 접속 상태 및 화질과 음질 등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생방송 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
 
기자가 청와대에 출입하고 4번째 신년기자회견이다. 이번 기자회견 역시 사전 조율 없이 2시간여 동안 '각본 없이' 진행됐다.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춘추관 출입기자들의 사전 질문지가 유출돼 각본 논란에 휩싸인 것과 180도 다른 모습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사전 조율'이 없는 것이 꼭 바람직한지는 의문이 든다. 우선 기자들 각자가 '각개전투식'으로 기자회견에 참여하니 각자의 질문이 중구난방으로 이어졌다.
 
기자와 상대의 질의응답은 일종의 '밀당'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원론적인 이슈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틈을 포착해 핵심을 찌르는 방식이다. 권투선수가 강펀치를 휘두르기 전 잽으로 상대방과 간격을 줄여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기자들은 단 한 번의 질문권을 가졌기에 누구나 예상 가능한 단편적인 질문을 이어갔고, 문 대통령의 답변 역시 국민들이 듣기 좋은 원론적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질문자 선정에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이 즉석에서 무작위로 질문자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일수도 있겠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서 소위 '통신사 3사'로 불리는 연합, 뉴시스, 뉴스1 기자들은 모두 질문권을 얻었다.
 
또한 진보성향으로 평가받는 경향신문과 한겨레 소속 기자도 질문의 기회를 얻었으나, 보수성향인 소위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 계열에서는 채널A만 유일하게 기회를 얻었다. 개인적으로는 눈을 맞으며 충남 가로림만 갯벌 앞에서 기자회견에 접속했지만 끝내 질문권을 얻지 못한 어느 지방지 기자가 눈에 밟힌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을 것이다. '각본 없는 기자회견'은 분명 국민들에게 문 대통령의 진정성과 각종 현안이슈에 준비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줬고, 전 정권과의 차별화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언론과의 깊이 있는 질의응답이 오고 갔는가. 국민들이 진정으로 궁금해하는 핵심을 찌르고, 정제된 질의응답을 위해선 어느 정도 '사전 조율'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성휘 정치부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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