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박사' 조주빈 씨와 공모해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한 혐의로 기소된 '부따' 강훈 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조성필)는 2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조주빈의 범행을 알고 있었음에도 박사방을 관리하면서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피해자 유인광고 게재, 범죄수익 은닉 등 죄질이 매우 중하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한모 씨는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40시간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각 5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도 명령 받았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청구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강씨가 2019년 9월 하순 박사방이라는 범죄단체를 조직·활동했다고 판단했다. 박사방이 성착취 영상물 제작·배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한 때다. 한씨의 경우 조직된 박사방에 가입한 뒤 적극 활동했다고 결론냈다. 다만 활동죄가 유죄로 인정돼, 조직죄를 따로 무죄 선고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강훈과 조주빈은 박사방을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하는 통로로 사용했다"며 "강훈은 이와 같은 사정을 알면서 성명불상자, 조주빈과 제작·배포했고, 나아가 강훈과 성명불상자는 조주빈의 권한 위임 아래 실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착취 영상물을 시청할 목적이었다면 박사방을 관리할 필요까지는 없었다"며 "강훈과 성명불상자는 자발적으로 박사방을 관리해 조주빈이 계속해 성착취물을 제작할 동기를 유지했다. 단순 시청 목적이 아니고 일반 회원과 가담 정도가 완전히 다르다"고 꼬집었다.
박사방은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워 범죄집단이 아니라는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가입과 탈퇴 절차라는 것은 집단 구성원의 계속성을 담보하는 장치일 뿐, 그 자체로 범죄집단 성립을 구성하는 요건은 아니다"라며 "특정 다수인이 결합체를 이뤘다면 범죄 집단을 조직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범죄 수익 분배 여부도 범죄 목적이 분명해 범죄집단 성립 판단에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강훈은 직접 범죄집단을 구성·조직했고 한씨는 2019년 조주빈 지시 하에 강간미수해 가입과 동시에 활동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제한적인 해석과 상관없이 한씨와 강훈 모두 이 사건 범죄집단 조직원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또 "강훈은 조주빈이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한다는 사정을 알면서 박사방을 관리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며 "피해자를 유인하고,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고 범죄수익금을 전달했다. 조주빈과 강훈은 공모했다"고 결론냈다.
조씨 협박으로 박사방을 관리했다는 강씨 주장도 배척됐다. 애초 강씨가 '지인능욕(아는 사람 얼굴 합성)'을 부탁하러 조씨에게 접근했고, 돈이 없어 박사방을 관리하기로 했다는 조씨 진술이 일관된 점이 근거였다.
재판부는 강씨에 대해 "나이 어린 청소년을 노예화하여 희롱하고 왜곡된 성 문화가 자리잡게 했다"며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피해자 신분이 공개되고 성착취물을 지속적으로 유포해 피해자들에게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힌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박사방 2인자로 지목된 강씨는 2019년 9~11월 '박사' 조씨와 공모해 아동·청소년 7명을 포함한 피해자 18명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 등을 촬영·제작하고 영리 목적으로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판매·배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강씨는 조씨가 박사방을 만들고 성착취물 제작·배포를 시작한 단계부터 박사방 관리와 운영을 도운 공범으로 조사됐다.
한씨는 조씨 지시로 청소년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피해자에게 음란 행위를 시키는 등 성적으로 학대하고, 이를 찍은 영상을 조씨에게 보내 박사방에 유포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박사방을 범죄단체로 보고 조씨 일당에게 범죄단체 조직 및 활동 혐의를 적용했다. 조씨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고 공범 5명과 함께 항소했다.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성 착취물 제작·유포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된 '부따' 강훈이 17일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