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국내 유일 올림픽 메인스폰서로 홍보 효과 극대화를 노리는
삼성전자(005930) 입장에서 난감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도쿄 하계올림픽 개최가 불투명한 가운데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마저 보이콧 논란에 휩싸이고 있어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릭 스콧 상원의원 등 미국 공화당 의원 6명은 지난 3일 "중국이 신장에서 위구르족을 학살하고 홍콩의 민주주의를 탄압했으며 대만을 위협했다"며 "2022 동계올림픽 개최 신청을 다시 받아 인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국가에서 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티베트인과 내몽골인 등을 대표하는 180개 인권단체들도 이날 중국 내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유린과 관련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촉구하고 나섰다. 개최까지 약 1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보이콧 이야기가 등장하며 대회 운영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당장 7월 열리는 도쿄 올림픽 개최를 놓고도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 여파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자국에서조차 개최를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전처럼 관중이 꽉 찬 상태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년을 사이에 두고 동계·하계 올림픽이 잇따라 열리는 특수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습이다. 특히 타 업체와 달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거액의 후원비를 내고 올림픽 월드와이드 파트너 자격을 얻은 삼성전자, 인텔, 코카콜라, 알리바바 등 14개 글로벌 업체들은 더 난감하다.
유럽 티베트 청년회 활동가들이 지난 3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 앞에서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월드와이드 파트너는 분야별 올림픽 후원사 가운데 최상위 개념으로 올림픽과 관련한 글로벌 독점 마케팅 권한을 부여받는다. 가령 무선분야 월드와이드 파트너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출시하려다가 취소한 '갤럭시S20 플러스 도쿄 올림픽 에디션'은 월드와이드 파트너가 아니면 내놓을 수 없는 제품이다.
당장 올림픽 개최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월드와이드 파트너만이 누릴 수 있는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기는 더 어렵다. 도쿄 올림픽 1년 연기가 확정되기 이전인 지난해 1월만 해도 삼성전자는 2020 로잔 동계 유스 올림픽에 공식 파트너로 참가해 최첨단 모바일 기술을 선보였다. 하지만 딱 이때까지였다. 이후 올림픽 개최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면서 마케팅도 멈춰버렸다.
일본 니케이 아시아는 9일 "삼성전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동안 중국 국영 통신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올림픽 경기장에 5G 서비스를 제공하고 스마트폰 홍보를 모색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 감염과 여행 제한 조치 등으로 인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2018년에 올림픽 후원 계약을 2028년까지 연장하며 무선분야 공식 후원사 자격을 유지한 삼성전자로서는 더 난감하다. 당시 삼성이 구체적인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연장에 수천억원의 비용이 든 것으로 추산했다. 비싼 돈을 써가며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상황에 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주 크다고는 할 수 없는 수치이긴 하지만, 전자업계의 경우 올림픽·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약간의 특수가 있어왔다"며 "올림픽이 열리지 않는다면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맞아 업체별로 준비하는 여러 이벤트·프로모션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