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를 앞두고 임직원 대상 우리사주조합 청약을 시작했다. 통합 국적 항공사 출범 기대감이 주가를 견인하는 가운데 지난해 유증 당시 두 배 이상의 평가이익을 냈던 역사가 있는 만큼 직원들도 적극 매수에 나서는 분위기다.
대한항공 보잉 787.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은 15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우리사주 유상증자 청약 접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모집 기간은 다음달 2일까지로 15일간 진행된다.
청약 모집 첫날 직원들의 참여율은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1시 임직원정보시스템(KALMAN)은 접속자가 몰리며 초반에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다운되기도 했다. 우리사주 대출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싼 한국증권금융 주식담보대출(2.27%)은 접수 시작 30분도 채 안돼서 마감됐다. 대한항공 직원 A씨는 "주담대와 신용대출 요건 비교하고 따지다가 신청에 실패했다"면서 "1초 차이로 옆사람은 되고 나는 안되고 아이폰 발매일날을 연상케 했다"고 전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16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해 유증으로 2조5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조달한다고 공시를 냈다. 당시 신주발행 예상가격은 1만4400원으로, 통상 증시에서 유증은 주주가치 희석 요인으로 꼽히지만 화물 수요 호조세와 코로나19 백신 공급 소식에 국적 항공사 통합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주가가 상승했고 예정 발행가액은 1만9100원으로 올랐다. 이에 지난달 22일 유증 규모는 기존보다 8000억원 늘어난 3조3315억원으로 확정됐다.
유증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 주식수는 전체 1억7361만1112주의 20%인 3472만2222주다. 현행법상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나 비상장법인의 경우 유증 시 전체 발행 주식의 2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이달 26일 확정되는 신주 발행가액이 약 2만원 선을 웃돌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날 종가 기준 대한항공 주가가 3만원임을 고려하면 한 주당 약 1만원의 평가이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우리사주조합 청약 예정일과 신규 상장 예정일은 각각 내달 4일과 24일로 예정돼 있다. 다만 우리 사주는 1년간 보호예수(주식 매각제한) 기간이 있어 즉시 매도는 불가능하다.
특히 지난해 유증 당시 큰 이익이 났던 경험도 임직원 참여를 유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7월 1조원 규모 유증을 실시했던 때 신주 발행가는 1만4200원으로, 청약에 참여했던 직원들이 이를 유지할 경우 두 배 이상의 평가이익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사주제도가 근로자의 재산 형성, 노사협력 증진, 기업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사측도 임직원의 적극적 참여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재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은 6.39%로, 한진칼(31.13%), 국민연금(8.11%)에 이어 3번째로 많다.
앞서 대한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도 여객 수요 급감분을 화물 수요로 만회하며 지난해 2383억원의 영업흑자를 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3516억원으로 전년대비 221%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차질 없이 진행해 항공산업 구조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며 "올 상반기 왕산레저개발과 칼리무진 매각을 마무리 짓고 서울시와 송현동 부지 매각 협상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