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16일 이명박(MB) 정부 당시 국정원의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 "국회 정보위원회가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 의결로 정보 공개를 요구하면 비공개 전제로 보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업무 보고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더불어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전했다. 지난해 12월 국정원법 개정으로 정보위는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 국정원의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
정보를 공개하라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 박 원장은 "비록 직무 범위를 일탈해 작성된 것이라 해도 공공 기록물법에 따른 기록물이고, 제 3자 개인 정보가 포함된 비공개 기록이라 당사자가 아닌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 후보의 사찰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박 예 비 후보가 관여됐다는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전했다.
하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직무 벗어난 정보 수집 자체가 불법이기에 정보 내용이 불법이라는 것"이라며 "미행이나 도청의 불법적 방법을 사용했다는 근거는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또 박근혜 정부 이후에도 사찰이 이뤄졌을 가능성에는 "지속된 개연성은 있지만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국정원은 이날 업무 보고에서 여당 의원들이 요구한 MB 정부 당시 불법 사찰 관련 문건 목록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정보위 차원의 의결이나 국회 차원의 공개 촉구 결의를 통해 목록을 제출 받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당시 청와대 지시로 18대 국회의원 299명 전원을 비롯해 정관계, 재계, 문화 예술계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원의 사찰이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 민주당은 해당 문건의 공개를 통해 진위를 가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선거용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김병기 의원은 이날 '국가정보기관의 사찰성 정보 공개 촉구 및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결의안은 △불법 사찰 행위 재발 방지 및 사과 촉구 △국정원의 선제적 사찰성 정보 공개 및 자료 폐기 촉구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 노력 등의 내용이 담겼으며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를 포함해 민주당 의원 52명이 참여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사진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