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지난 2019년 TV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8K 전쟁'이 이번엔 상표로 무대를 옮겼다.
삼성전자(005930)가 현재 최고 화질인 '8K' 상표 등록을 시도했으나
LG전자(066570) 등 경쟁업체가 이미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인해 좌절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특허심판원은 삼성전자의 특허청 8K 상표등록 거절결정 불복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해 1월 특허청 거절 결정을 유지한 것으로 삼성이 이에 불복하면 특허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받는다. 8K는 TV 가로에 약 8000개 화소를 배열했다는 의미로 4K 등과 비교해 더 선명한 이미지 구현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2018년 8월 출원한 8K 상표 등록을 위해 특수한 표시방법을 근거로 들었다. 자신들의 출원상표는 그림자가 앞뒤로 형성돼 8K가 공간 위에 서 있는 형상을 구현한 표장으로 거래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특수한 방법으로 표시해 식별력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공익상 특정인의 독점적 사용을 허용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특허심판원은 구성이 간단하고 흔한 숫자 8과 알파벳 K가 결합됨으로써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들이 직관적으로 8K로 쉽게 인식한다는 점,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 8K가 '영상 포맷의 가로 해상도가 약 8000 픽셀임을 의미한다'고 소개돼 화면 선명도가 최고인 영상 품질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삼성에 독점권을 부여할 수 없다고 봤다.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8K TV를 소개하는 삼성전자. 사진/삼성닷컴 갈무리
특히 2019년 삼성전자가 LG전자와 맞붙었던 이른바 8K 전쟁 관련 당시 기사 등을 열거하며 8K는 '8K 해상도' 정도의 의미로 지정상품의 성질표시(효능·용도 등)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 다수의 경쟁업체가 이미 사용하고 있으므로 삼성에 독점사용권을 부여하기에 공익상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이번 상표 등록 시도는 프리미엄인 8K 시장에서 좀 더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8K TV 시장 출하량은 10만대가 채 되지 않아 전체 시장의 0.1% 수준에 불과했다. 기존 TV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최근 성장세가 더디지만, 앞으로 고화질 TV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업계 입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이 때문에 매년초 새 TV 제품 공개하는 삼성과 LG의 라인업에도 8K는 빠지지 않는다. 최근 삼성전자는 네오(Neo)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에 8K 모델을 포함했고 LG전자의 퀀텀닷나노셀발광다이오드(QNED) TV에도 8K 제품이 들어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19년 8K 시장 주도권을 움켜쥐기 위해 나란히 화질 기술 설명회를 열고 맞붙었다. LG전자가 먼저 '삼성 QLED 8K는 사실상 액정표시장치(LCD) TV라며 품질 문제를 지적하자 삼성은 LG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번인 문제를 꼬집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서로를 제소한 양사는 이후 상호 취하하며 휴전을 맺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