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지난해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1위를 지켰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시장이 역성장한 가운데서도 저력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32%로 애플(22%)보다 11%포인트 앞선 1위를 기록했다. 샤오미(14%), 화웨이(12%), 오포(4%)와 격차도 여전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유럽 시장의 역성장으로 인해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주력 상품이었던 갤럭시S20 시리즈 판매 실적이 좋지 못했고 중저가 라인업인 갤럭시A51·A71도 애플·샤오미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외에 지난해 10월 애플이 아이폰12 시리즈를 처음으로 5G 모델로 출시하면서 그간 삼성전자가 독점하던 프리미엄 5G 시장이 거의 끝났음을 보여줬다.
삼성전자로서는 갤럭시S21 시리즈가 전작보다 나은 실적을 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다만 그간 유럽에서 쌓은 저력을 바탕으로 최종 순위 싸움에서는 결과적으로 밀리지 않았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는 31%로 애플(19%), 화웨이(19%), 샤오미(7%)를 제치고 1위에 오른 바 있다. 불과 1년 전보다 자사 점유율은 다소 줄고 애플과 격차는 좁혀졌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애플(30%)이 삼성전자(29%)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샤오미(17%), 화웨이(7%), 오포(5%) 순이었다. 2019년 4분기만 해도 삼성전자(29%)가 애플(26%)과 화웨이(15%)를 제쳤으나 전세가 바뀐 것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출시한 애플의 아이폰12 시리즈의 인기로 인해 점유율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12 출시 일정을 연기한 게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작이었던 아이폰11과 아이폰SE가 1년 내내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상황에서 아이폰12 출시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아이폰12는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인 애플의 스마트폰 출시로 평가받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해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에서 호조를 보이며 2019년 대비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앞으로 프랑스, 독일, 영국 등 더 많은 프리미엄 시장을 정조준해 지난해 성장을 재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출시한 샤오미 미11는 올해 유럽 공략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유럽 스마트폰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였다. 경제 위축으로 인해 소비가 줄면서 업체들의 스마트폰 매출도 급감했다. 지난해 여름 이후 억눌린 소비가 폭발하며 약간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지만 2019년 대비해 시장 크기가 14%나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과 더불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등이 유럽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이로 인해 일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