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첫 면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스가 일본 총리를 설득해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3일 정 장관은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대접견실에서 이 할머니와 면담했다. 지난달 9일 취임한 정 장관이 위안부 피해자를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정 장관은 대접견실이 위치한 청사 17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 할머니를 맞았고 허리 숙여 인사하며 예의를 갖췄다. 정 장관은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다"며 "저희가 찾아봬야 하는데, 제 취임식 때 모시려고 했는데 방역이 상당히 엄격하기 때문에 제가 모시질 못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일본은 무법천지 때 했던 그 행동 그대로 하고 있는 만큼 국제사법제판소에 끌고 갈 수밖에 없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스가 일본 총리를 설득해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의 대면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정 장관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 2015년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에 "국가를 가지고 한 장난"이라고 지적하며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이병기 박근혜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거니 받거니 청와대를 18번이나 왔다갔다 하면서 장난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엄연한 법이 있는데 법을 모르고 일본은 그런 행동을 한다"며 "이제는 어디 갈 데가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16일에도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일본을 ICJ에 제소할 것을 공개 요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 할머니와의 만남이 성사되면 한일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한 만큼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는 것을 강력히 요청할 전망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일 서울시 종로구 외교부를 방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엘리베이터 앞에까지 나와 맞이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