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여권의 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반발,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그동안 유력 대선주자로 꼽혀 온 그의 대권 도전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윤 총장이 정계 진출 선언 이후 과연 어디로 향할지에 대한 행보다. 특히 윤 총장은 국민의힘 또는 국민의당 등 기존 정당에 입당하기보다 제 3당 창당이나 보수·중도의 유력 인사들과 손 잡고 제 3세력으로 활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총장의 대선 행보는 오는 4월7일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곧바로 정치권으로 달려가진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가 사퇴 의사를 밝힌 시점이 내년 대선 선거일(3월9일)의 1년 전, 자신의 임기 만료 4개월 전, 4·7 재·보궐 선거를 한달여 앞두고 있다. 사의 발표 시기만으로도 정치적 효과가 극대화된 상황이다.
윤 총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고, 그 피해는 오직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계 진출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미 대권 주자로 언급될 정도로 무게감이 있는 만큼 상황을 주시하다가 진출 시점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주목을 받는 것은 그가 어디에 둥지를 틀 것인가다.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나오지만, 윤 총장이 정치계에 입문한다면 행선지는 제 3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권 견제론'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판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다면 거대 양 당 중 하나와는 손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함께하기에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반면 유력한 대선 주자가 없는 야권에서는 '윤 총장 조기 등판론'을 반기는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그가 국민의힘으로 들어가기도 쉽지만은 않다는 관측이다.
제 1야당 입당보다는 제 3지대에서 기반을 다진 후 야권 단일화 등을 통해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새 정치를 명분으로 세력을 규합했던 것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훈 정치 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윤 총장이 정치 활동에 대한 부분도 완전히 배제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예전에 비해서는 정치를 하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많이 기운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초반에는 여론 상황을 지켜보면서 정치적으로 거리를 뒀다가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당 합류는 아니고 제 3지대에서 무소속 출마를 전제로 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2011년 안철수 모델, 안철수가 처음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될 때 무소속 상태에서 단일화를 양보했던 것인데 안철수 모델처럼 가지만, '양보 안한 안철수' 느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제 3지대를 기반으로 해서 아마 범야권의 새로운 신당 창당, 본인이 주축이 되는 그림을 그릴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와의 공조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총장직 사의 표명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