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지난달 법원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이 2001년 이후 2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법원 경매에 부쳐진 서울 아파트가 줄줄이 신건에 매각되고 있는데 부동산 상승 온기가 경매시장까지 옮겨붙으면서 유찰없이 새 주인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8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3일 진행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전용면적 60㎡, 6층) 물건의 경우 1회차 입찰에서 감정가(16억5000만원) 대비 114.5%인 18억8999만원에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평형의 최근 실거래가는 20억~21억원 선이다.
중저가 아파트도 잇따라 신건에 매각됐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성현동아 아파트(115㎡, 21층)는 지난 2일 1회차 입찰에서 종전 감정가(8억3000만원) 보다 1억8100만원 높은 10억1100만원에 매각됐다. 현재 비슷한 물건의 호가는 10억7000만원(16층)이다.
이같은 신건·고가 낙찰에 대해 한 부동산 경매 전문가는 "경매신청 이후 매각기일까지 평균 3~4개월의 시차가 발생해 부동산 상승장에서는 감정가가 시장가격보다 저렴하다"며 "최근에는 경매를 통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까지 입찰에 참여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보다 앞서 지난달 매각된 서울 송파구 풍납동 미성맨션 아파트(117㎡, 10층)에는 총 56명이 경합을 벌여 감정가(8억5400만원) 대비 156%인 13억2881만에 낙찰됐고, 같은달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아파트(46㎡, 2층)는 당초 감정가(2억5500만원) 대비 189%인 4억8100만원에 낙찰됐다. 해당 물건에는 46명이 입찰했다.
여기에 경매시장에 나오는 물건 수까지 줄면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한 달 전국에서 진행된 주거시설 경매건수는 총 4475건으로 전년 동월(4910건) 대비 8.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작년 11월 7123건까지 올라갔던 주거시설 경매 물건 건수는 같은해 12월과 올해 1월 절반 수준인 3000건대로 급감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전월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평소 수준인 5500~6000건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경매시장을 잠시 떠났던 투자자들까지 시장에 복귀하면서 총응찰자 수는 2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2월 주거시설 총응찰자 수는 1만308명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만에 1만명을 넘어섰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지난달 전국 낙찰가율은 90.6%로 지지옥션이 통계를 집계한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98.9%, 인천 91.9%, 경기 97.5% 등으로 수도권 평균 낙찰가율은 97.6%를 기록했다.
8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송파구 풍납동 미성맨션 아파트가 감정가(8억5400만원) 대비 156%인 13억2881만에 매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1월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