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육아휴직급여 신청 기간인 12개월을 넘길 경우 해당 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해당 고용보험법 조항의 성격이 훈시규정이 아닌 강행규정이라고 밝힌 첫 사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8일 A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상대로 낸 육아휴직급여 부지급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급여 지급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조항(구 고용보험법 70조 2항)은 육아휴직급여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기 위한 강행규정"이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14년 10월 자녀를 출산하고 세 달 간 출산전후휴가를 사용했다. 이어 2015년 말까지 1년간 육아휴직했다.
이후 A씨가 2017년 2월 육아휴직 급여와 출산전후휴가 급여 지급을 신청했다. 노동청은 그가 두 휴가가 끝난 시점부터 각각 12개월이 지나 신청했다는 이유로 해당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국가가 모성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여자의 근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 조항, 육아휴직 제도 취지, 해당 급여 청구권 소멸 시효가 3년인 점 등을 근거로 급여 지급을 요구했다. 급여 신청 기간을 12개월로 제한한 고용보험법 조항은 훈시규정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폈다.
1심은 공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신청 기간을 정한 고용보험법이 훈시 규정이 아닌 절차적 요건이라고 봤다. 실업 등에 따른 근로자 부담을 여러 사람에게 분산시켜 구제를 도모하는 사회보험 제도 특성상 재정적 안정 확보를 위해 신청 기간을 12개월로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급여신청 기간 12개월이 훈시 규정이라는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고용보험법상 급여 신청 기간 규정이 소멸시효 규정보다 우선 적용된다거나, 신청기간을 준수하지 않으면 소멸시효 규정을 배제한다는 특별 규정이 없는 점에 주목했다. 수급권자가 적어도 소멸시효 3년 안에는 자기 권리가 소멸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형성된 점도 근거였다. 한국이 초저출산사회로 국가와 사회가 양육분담을 해야 하는 점, 민간 사업장의 육아휴직이 대체로 무급이어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점도 고려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법 조항의 해석이 엄격해야 한다고 봤다. 해당 조항이 "육아휴직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의무를 부과했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한 해석이라는 판단이다.
고용보험법 시행령이 천재지변이나 질병 등 사유가 있을 때 신청 기간을 연장해 주는 점, 육아휴직급여라는 추상적 권리는 기간 내 신청해야 발생하는 점 등이 근거였다.
재판부는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권리는 법령에 의해 직접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급여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신청서에 소정의 서류를 첨부하여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에게 제출하고,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육아휴직급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급여 지급 제한의 사유가 있는지 등을 검토한 후 급여 지급결정을 함으로써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