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고 열린 미중 고위급 인사의 첫 상견례는 거센 난타전에 파열음으로 끝났다. 여기에 북한이 노골적인 친중 행보를 보이면서, 한반도를 경계로 '한미일 vs 북중러' 신냉전 대결구도가 강화되고 한반도 비핵화 역시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의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8일(현시시간)부터 이틀간 미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2+2' 고위급 회담을 진행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악화된 미중 관계가 다소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낙관론도 있었지만, 1박2일 회담은 날선 공방으로 시작해 공동발표문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국이 홍콩, 대만, 신장 위구르 자치구 소수민족 등에 취한 조치와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동맹들에 대한 경제적 강압 등을 일일이 언급하고 "이러한 조치들은 글로벌 안전성과 국제질서를 위협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발끈한 양제츠 정치국원은 "미국이야말로 흑인 시민들이 '살육'당하면서 인권이 최저점에 있다"면서 미국이 자국의 우월한 군사력과 경제적 영향력을 다른 국가들을 억압하는데 사용하고, 중국에 대한 공격을 선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회담을 마친 미국과 중국은 "북한, 이란, 아프가니스탄, 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의제에 관해서도 '매우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외교적 화법에서 '매우 솔직한 대화'는 그 어느 것에도 합의를 보지 못하고 각자의 주장만 내세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에 대한 공개 지지의사를 밝혔다. 21일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대성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 대사는 지난 12일 유엔 인권이사회 제46차 회의 연설에서 "일부 나라들이 신강 지역과 홍콩 문제를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에 이용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그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서방국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변질되고 있다면서 "혹심한 인권 유린 범죄가 성행하고 있는 서방의 인권상황은 제대로 거론돼 본 적도 없다"며 서방의 인종 차별 문제와 총기 사고 등을 꼬집었다. 이는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를 문제 삼는 것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미중 갈등을 이용해 미국의 비핵화 압력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미중 갈등은 북한에게는 기회"라면서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들의 동맹(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도록 압력을 가할 필요성이 적어보인다"고 분석했다.
토니 블링컨(오른쪽) 미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캡틴쿡 호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 참석해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과 회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