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상반기까지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지난해 말 전망이 무색하게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42.1원이나 올랐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미 경기 회복 기대감, 미국과 비미국 간의 격차 확대가 강달러를 부추기며 지난해 말 급락분을 모두 반납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 추세가 고착화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진단하며 1100원대 초중반 수준에서 등락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 이후에는 유럽, 일본 등 비미국 국가들의 경기 회복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등으로 달러화 약세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28.4원에 거래를 마치며 연초(1086.3원) 대비 42.1원 올랐고, 이달 들어서 4.9원이 상승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 달러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89까지 하락하기도 했으나 지난 18일 기준 91.9까지 상승했다.
올 초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상반기까지 1100원선대 아래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시장금리의 가파른 상승과 미국과 비미국 국가 간의 경기 모멘텀 간극 확대라는 두 축이 달러 강세를 이끌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 백신 보급과 지난해 말부터 시행된 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 등에 따른 경기 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시그널이 포착되고 있다. 이에 반해 유럽은 백신 공급 차질, 변종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일본은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2차 긴급사태 선언, 0%대의 더딘 백신보급률 등이 정상화를 지연시키고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남부 한파에도 회복세에 대한 시그널을 보이는 미국과 달리 유럽은 변이바이러스에 따른 락다운(도시봉쇄) 등이 이뤄졌다"며 "예컨대 이탈리아는 지난 15일부터 전국의 50% 지역을 레드존(고위험지역)으로 지정하며 봉쇄 조치를 실시, 경기 회복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 회복 기대감이 나홀로 커지자 2월 중순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7%대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국채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연방준비제도가 아무리 기준금리를 묶어둔다 해도 시장의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미 경기 회복에 확신이 서자 갈 곳을 헤맨 투자자금이 미 국채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4월로 넘어가면서 달러 강세는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들어 유럽과 일본 등이 비 미국 국가의 경제 정상화 기대감과 함께 미국발 낙수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에서다. 하반기로 갈수록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완화기조 지속, 글로벌 제조업 경기 회복 등을 감안하면 달러화 추가 강세는 제한될 것"이라며 "당분간은 1100원대 초중반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건형 연구원은 "2분기 중 미국발 낙수효과가 선진국과 신흥국에 미치면서 약 달러가 전개될 것"이라며 "위험심리 고조, 기업실적 호조 속에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 전환이 이뤄지며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겠다"고 부연했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128.4원에 거래를 마치며 연초(1086.3원) 대비 42.1원 올랐다. 사진은 22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