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조원 넘는 '초슈퍼예산' 예고…'포스트코로나·포용성장' 방점

2년만에 500조대에서 600조대로…효율적 재원배분 관건
미래 혁신투자, 민생·포용기반 구축 집중
"적극적 재정운용으로 산업구조조정, 본격 경기반등 꾀해야"

입력 : 2021-03-30 오전 11:38:25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정부가 예산편성 지침으로 경제활력·미래혁신·민생포용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재정운용'을 내세운 데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나랏돈 풀기를 이어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올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예산으로 전년보다 8.9% 늘린 558조원을 책정했는데 확장재정을 예고한 정부가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살림을 짠다면 내년 예산규모가 600조원에 달할 수 있다. 2년만에 500조원대에서 600조원을 넘기는 '초슈퍼예산'이 예고된 것이다.
 
3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서 정부는 '적극재정'을 강조했다. 작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키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4번이나 편성했고, 올해도 벌써 1차례 추경을 편성한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총지출 규모가 비슷한 수준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아직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백신보급, 경기부양 등을 감안할 때 정부 지출이 내년에도 상당히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작년 9월 발표한 2020~2024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 증가율 전망치는 6%다. 이렇게 되면 내년도 예산은 국회에서 확정된 올해 본예산 558조원에서 6% 늘어난 591조5000억원이다.
 
 
하지만 그간 정부의 재정지출은 중기 재정지출 계획보다 높았다. 지난 3년간 지출증가율이 8~9%대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6%는 최소 증가율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향후 재정의 중점을 경제위기 극복에서 선도경제로의 전환을 견인하는 투자로 봤다. 아울러 내년이 현정부의 집권 마지막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정과제 이행을 마무리하고, 한국판 뉴딜 등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2011년에 300조원을 넘어선 예산이 6년 만인 2017년 400조원을 넘어서고, 다시 3년 만인 작년 5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내년 나라살림은 2년 만에 600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0조원을 뛰어넘는 시점이 크게 단축되고 있는 것이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내년 예산 증가율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며 "향후 전반적인 경제 상황,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는 코로나19의 방역 상황 등을 봐가면서 중간 점검 단계를 거쳐 예산편성 마지막 단계에서 결정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예산안은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미래 혁신투자, 민생·포용기반 구축, 국민 안전과 삶의 질이라는 4대 분야에 투자의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그간 경제위기 극복에 중점을 뒀다면 포스트코로나와 포용성장을 중심으로 정책목표를 세웠다는 얘기다.
 
 
먼저 고용·소비·투자 플러스 전환을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비대면·신시장 등 유망분야 맞춤형 수출 지원, 광역교통망 등 글로벌 SOC(사회간접자본) 경쟁력 강화, 지역 재도약을 위한 국가균형발전 투자를 확대키로 했다. 선도형 경제 전환을 위해서는 디지털·그린 등 한국판 뉴딜 투자를 확대하고, 2050 탄소중립 이행기반 구축, 제조혁신·R&D(연구개발) 등 혁신생태계 구축 지원, 문화·콘텐츠·소프트파워 강화 등에 역점을 둔다.
 
코로나19·디지털화로 인한 신양극화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도 마련한다. 소득·고용·주거·교육 등 핵심 부문에서 맞춤형 안전망을 구축해 공공임대 확충, 노인·장애인 일자리 지원, 영아수당 신설 등 저출산 5대 패키지를 지원하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내년 예산은 코로나19 이후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한 확장정 재정정책이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어느 정도 코로나가 진정되면 내년은 본격 경기 반등을 노려야 할 시기인 만큼 산업구조 변화에 맞춘 예산책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코로나가 종식되면 자영업 부분 등은 어느 정도 회복되겠지만 업종마다 양극화는 더 뚜렷해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영세하고 저부가가치 중심의 산업 등을 확실히 구조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 전화위복 하는 해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고부가가치산업을 이끌어내고 한국판 뉴딜이 본격화하려면 적극재정이 필요하고, 구조전환에 집중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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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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